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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무당(一無堂) 묘행선사(妙行禪師) 다비식(茶毘式) 거행


CBN뉴스 기자 / iyunkim@daum.net입력 : 2014년 05월 29일
↑↑ 유하사
ⓒ CBN 뉴스
[안동시청 문화예술과 세계문화유산담당 손상락]= 안동시 와룡면 유하사(遊夏寺) 회주(會主)이신 일무당(一無堂) 묘행선사(妙行禪師)께서 지난 5월 26일 입적(入寂)하시어 오는 30일 다비식(茶毘式)이 거행된다고 한다.

‘一生多事 夢中如幻 一念放下 無碍歡喜’

‘한 생의 많은 일들 꿈속에 허깨비였네. 한 생각을 놓고 보니 결림 없는 환희로다.’라고 말씀하신 법문을 떠올리며, 스님께서 말씀하신 무욕(無慾), 비움이란 무엇인지 그 화두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본다.



세상사 한갓 부질없다고 하면서도 백년도 못사는 세상을 우리는 천년을 살 것처럼 그렇게 살아간다. 비운다는 것,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삿된 욕심마저 버리고 하늘의 순리를 쫒으며 사는 삶, 이를 두고 퇴계는 ‘알인욕(遏人慾)하고 존천리(存天理)하라’고 했다. 내가 처음 유하사를 찾았던 때는 박물관에 근무할 때였다. 학술총서 3권『안동의 사찰(1995년)』원고를 위해서였으니 어언 2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늦은 가을 유하사로 접어드는 길을 걸으며 하나 둘, 낙엽을 떨구고 서 있는 나무들을 보며 ‘길 떠나는 수행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지금까지 아름다운 산사를 찾아 다녔던 답삿길이 적지 않았지만 왜 이 계절에 와서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걸까 반문하면서, 그랬다. 나무들이 신록으로 덮여 있었을 때에는 그 푸르름에 눈이 부셔서 미처 깨닫지 못했다. 이후부터 신록이 가을 색으로 물들어가고 하나 둘 바람에 떨어져 나부낄 때면 나는 이 생각에 더 고독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해저물녘에 산그림자가 계곡을 타고 스물 스물 내려올 적에 일주문 안으로 들어서면 힘없이 떨어지는 석양의 햇살도 바람에 날리는 가랑잎처럼 발밑에서 나뒹굴고 있다. 인적이 끊겨버린 적막함 속에서 느끼는 고요, 그 때 나는 털어버린다는 것 비운다는 것 그것은 허무이며 무상이고 어쩌면 애끓는 그리움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유하사를 찾았을 때 반가이 맞아주시던 묘행스님의 단아하신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선방에서 내어주신 차 한잔과 ‘내 생애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은 지금 이 시간이요. 내 생애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지금 여기서 만나는 그 사람이요. 내 생애에서 가장 소중한 일은 지금 여기 만나는 사람에게 기쁨과 평화와 자비를 베푸는 일이다.’는 말씀을 주셨던 스님을 기억하며, 영면에 드실 스님의 다비식을 앞두고 자료를 정리한다.



<다비(茶毘)란>

‘다비(茶毘)’란 사신(死身)을 태워서 그 유골을 매장하는 장법(葬法)을 말한다. 원래 다비라는 말은 팔리어의 쟈페티(jhpeti)에서 유래된 말로 소연(燒燃) ·분소(焚燒) ·소신(燒身) ·분시(焚屍)의 의미를 지니며, ‘태우다’로 번역한다. 다비라는 말 대신 사비(闍毘) ·사유(闍維) ·아유(雅維)라고도 쓴다. 다비는 불교가 성립되기 이전부터 인도에서 행해오던 장법으로, 이 법에 의해 석가모니도 그 유체를 화장하였다. 그 이후부터 다비는 불교도(佛敎徒) 사이에 널리 행해졌으며, 불교가 중국을 거쳐 한국 ·일본 등으로 전래됨에 따라 이 장법도 중국 ·한국 ·일본 등에서 널리 행해지게 되었다. 다비의 법식은 불전(佛典)인《장아함경(長阿含經)》의 유행경(遊行經)에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 무소유의 삶을 살다 가신 법정스님의 다비식
ⓒ CBN 뉴스
<다비식의 의미는>

다비의식은 죽음이 인간의 영원한 소멸이 아니라 살아서 지은 업(業)에 따라 영혼의 길이 정해진다는 불교의 생사관(生死觀)에서부터 출발한다. 다시 말하면, 불교에서는 사람과 자연은 둘이 아니며,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아닌 연기(緣起)의 관점에서 하나의 순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다비라고 하는 화장을 통해 육신을 지(地), 수(水), 화(火), 풍(風)이라는 자연의 구성요소로 환원시킨다는 뜻으로 육신(肉身)을 원래 이루어진 곳으로 돌려보낸다는 의미이다. 이를 불교에서는 ‘윤회’로 설명한다.

불교의 원천인 베다교는 일찍이 인간의 삶이 끝나면 그 주검을 인더스 강줄기를 모태로 삼고 그곳에서 화장을 했다. 주검이 타는 동안 하늘로 치솟아 올라가는 연기는 기화되어 구름이 되고, 그 구름은 주검의 생애를 안고 액화되어 비로 변화 된다. 이 빗줄기는 주검이 살아서 걸어 다니던 대지 위에 다시 내리고, 주검의 생애를 안은 빗물은 흙속으로 스며들어 대지 위에 초식으로 태어난다. 그것을 먹고 사는 생명체에 의해 여러 다른 생명체로 거듭 태어난다. 그 주검의 행실대로 축생에서부터 날짐승, 땅을 기는 생명체 등으로 거듭 태어나는 것이 '윤회'라고 설명한다.



<다비식의 절차는>

이와 같이 윤회를 실천하는 다비의 기원은 석존께서 입멸(入滅)하기 전에 제자들이 돌아가신 뒤의 장례법을 여쭈어 보았을 때, 석존께서는 “왕 중 왕의 장례법으로 지내라, 금관에 넣어 갖가지 향나무로 다비(화장)을 하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이에 제자인 아난(阿難)은 석가모니께서 세상을 떠난 뒤에 주검을 거두는 장의법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3번이나 거듭하여 묻자, 석가모니께서 그 방법을 상세히 가르쳐 주었다고 전하는데 그 절차를 보면, “우선 향탕(香湯)으로 몸을 깨끗이 씻고, 새 무명천으로 몸을 두루 감되 500겹으로 차례대로 감고, 몸을 금관에 넣은 후 거기에 삼씨에서 짠 기름을 붓는다. 다음에는 금관을 들어 제2의 쇠곽에 넣고 전단향나무 곽에 다시 넣은 뒤 온갖 향을 쌓아 그 위를 두툼하게 덮은 뒤 태운다. 다비를 마치면 사리(舍利)를 수습하는 절차를 일러 주었다고 전한다.



그러나 의례에 있어서 가가예문이라는 말이 있듯이 불가에서 행하는 다비식도 사찰마다 각양각색이다. 백양사는 백암산의 소나무와 숯, 항아리를 이용해 연화단을 제작한다. 연화대 밑에 명당수 항아리를 묻고 동서남북에 사방수 항아리를 놓아 사리를 수습한다. 그런가 하면 수덕사는 시신에 불을 붙이는 거화의식 후 전소 시간이 4시간 정도로 짧다. 숯이나 새끼 등의 재료를 쓰지 않고 덕숭산 소나무·솔가지만 사용해 당일 다비를 모두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다비식의 절차를 보면, 먼저 오방불(五方佛)에의 귀의와 발원(發願)을 시작으로 머리를 깎는 삭발의식과 목욕, 세수, 세족의식(洗足儀式)이 진행되고, 다음은 옷을 입히는 착군(着裙), 착의(着衣) 및 관을 씌우는 착관의식(着冠儀式)을 올린다. 그 다음에는 죽은이의 영혼을 정좌시키는 정좌의식(正坐儀式)과 영혼에게 음식을 베푸는 시식의식(施食儀式)이 치루어진다.



다음은 관을 운구하는 기관의식(起棺儀式)이 진행된다. 큰스님들의 운구행렬은 인로왕번, 명정, 삼신번, 오방번, 불교기, 무상계, 법성계, 열반계, 만장, 향로, 영정, 위패, 독경단 등이 앞서고, 법구를 모신 상여가 따르고 상여 뒤로 상주스님들이 서고 그 뒤로 스님들을 위시한 추모객들이 뒤따른다. 운구행렬이 화장장에 이르기 전에 지내는 노제(路祭)와 화장장에 이르러서 지내는 거화(擧火)와 하화(下火)의식, 시신에 불을 붙인 후 죽은 이의 영혼을 저세상으로 보내는 봉송의식(奉送儀式), 영혼이 새로운 몸을 받아 새 옷을 갈아입으라는 창의의식(唱衣儀式), 화장하고 남은 유골을 수습하여 분쇄하고 흩어버리는 기골(起骨) · 습골(拾骨) · 쇄골(碎骨) 의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비장인 연화대는 높이 60㎝가량으로 밑바닥은 구멍 뚫린 철판, 위는 돌로 되어 있고 가운데에 법구(法軀)가 모셔질 빈공간이 자리한다. 연화대(蓮花臺)는 다비식 하루 전에 법구(法軀)가 들어갈 입구만 남겨놓고 참나무와 가마니에 씌어져 산모양으로 만들어지고 그 위에 비구승들이 만든 연꽃으로 덮어 대형 연꽃 모양으로 꾸민다.



법구가 다비장에 도착하면 제문낭독에 이어 법구를 연화대에 넣는 입감의식을 거쳐 불경이 독송되고 주석하신 스님들이 참나무 솜방망이에 불을 붙이는 거화(擧火)와 이를 연화대에 붙이는 하화(下火)가 거행된다. 하화(下火)는 5월과 9월에는 서쪽부터 거화하고, 2월과 6월과 10월에는 북쪽부터 놓으며, 3월과 7월과 11월에는 동쪽에서 그리고 4월과 8월과 12월에는 남쪽에서부터 놓는다. 불이 타면 아미타불을 모신 미타단에서 불공을 드리고 영가를 일단 봉송한 뒤에 위패를 만들어 창의(唱衣)한다. 하화(下火)가 시작되면 운구 행렬을 뒤따랐던 만장도 함께 태워진다. 하화(下火)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스님들은 금강경(金剛經), 법성게(法性偈) 등을 독경하는 봉송의식이 계속된다. 다음은 뼈를 뒤집으며 기골편(起骨篇)을 하고 완전히 다 타서 불이 꺼지면 재속에서 뼈를 수습하며 습골편(拾骨篇)을 하고, 뼈를 부수면서 쇄골편(碎骨篇)을 하고, 마지막 재를 날리면서 산골편(散骨篇)을 한다.



"한번 뒤집으니 허망한 몸뚱이가 마음대로 구르며 찬바람을 일으킨다. 취해도 얻지 못하고 버려도 얻지 못하니 이것이 무엇인가. 뜨거운 불 속에 한줌의 황금뼈를 이제 쇠소리가 쩡그렁하며 뼈들을 부수어 청산녹수에 뿌리노니 불생불멸의 심성만이 천지를 덮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이렇게 법문을 외우면서 환귀본토진언(還歸本土眞言)인 '옴 바자나 사다모'를 외며 마지막으로 연꽃 모양의 보련대(寶蓮臺)에 오르도록 권하는 것으로 다비식은 모두 마치게 된다.



이와 같이 다비식은 지(地), 수(水), 화(火), 풍(風)이라는 자연의 구성요소로 환원하는 것으로 자연으로의 회귀와 죽은 이와 산 자 모두의 깨달음을 촉구하는 법문의 성격을 갖는다. 스님께서는 상처를 낸 것도 자신이고, 또한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는 사람도 자기 자신이라고 말하셨습니다. 우리 삶에 있어서 상처를 내고 상처를 치유하는 현상 또한 삶의 한 부분일 것이지만, 때로는 어떤 사람에게는 그 아픔이 그 슬픔이 삶의 전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안타깝고 슬프기 그지없습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어떠한 일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 는 스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오늘, 번뇌의 산물을 조금도 갖지 않고 살아 오셨던 묘행스님은 이 세상과 저 세상을 다 함께 버리고 홀연히 연무로 떠나셨다. 흘러가는 물처럼, 지나가는 바람처럼 그냥 보내드리고 있다는 게 사뭇 아쉽고 섭섭한 마음이야 오죽하겠습니까만 진정한 해탈의 모습을 산 이들에게 보여주고 그렇게 경건하게 떠나가셨다.



<와룡산 유하사>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고운사 말사이다. 유하사는 바로 승천하지 못한 와룡(臥龍)의 승천을 돕기 위해 창건됐으며, 절의 이름도 용이 활동하기 좋아하는 ‘여름(夏)’이 들어가는 편액을 걸었다.



1897년(광무 1년)에 창건한 와룡산 유하사는 창건부터 현재까지의 연혁을 크게 3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단계는 최초 창건한 월선보살의 초기 건립과정이며, 두 번째 단계는 무심(無心)대사의 포교활동시기이고, 세 번째 단계는 1969년 무심대사의 뒤를 이은 묘행(妙行) 스님의 중흥기로 나눌 수 있다.



무심대사는 월선보살의 영향을 받아 1925년 출가했고, 1950년대에 유하사를 중건하고 포교활동에 나섰으나 1960년에 입적하고 말았다. 이 후 유하사는 사세가 급격히 쇠락해 폐사의 위기에 직면하던 중 1969년 묘행스님이 주지로 부임해 종단에 등록시키고 평생을 바쳐 인근의 농지를 사들여 경내지로 탈바꿈시키고 대웅전과 선원, 약왕보살상과 요사채, 금강문 등을 건립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주지는 동우(東雨) 스님이다.


CBN뉴스 기자 / iyunkim@daum.net입력 : 2014년 05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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