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피아노와 첫 만남.
CBN뉴스 기자 / iyunkim@daum.net입력 : 2013년 01월 10일
| | | ↑↑ 팝피아니스트 이권희 | ⓒ CBN 뉴스 | | 제7화. 피아노와 첫 만남.
초등학교 5학년 봄.
새 학기 첫 날 학교 가는 길에 댐 공사의 본격적인 시작을 보게 되었다.
학교 옆쪽의 강바닥에는 평소에 자주 보지 못 하던 건설 중장비가 엄청나게 많이 집결해 있었고 불도우저로 물을 막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강바닥의 흙과 모래와 자갈을 퍼담는 포크레인과 불도우저와 대형 트럭을 한 눈에 목격한 우리는 동시에 “우~와!!...저기 머시고??!~~~.. 대~빵 큰 차네~” 하고 괴성을 지르며 현장으로 달려갔다.
트럭이 옆을 지나가는데 타이어의 크기가 우리보다 더 크고 운전수는 마치 원두막 꼭대기에 앉아 있는 것처럼 높이 앉아 있었다. 우리들은 신기해서 학교 등교 하는 건 까맣게 잊은 채 공사 현장 근방에 쪼르르 몰려가서.
“우와!... 아저씨 이 차 이름이 머 잉교?...”하고 물으니 “ 뭐~라...안들려!.. 시끄러우니까 저리가!~~~ 이 녀석들아!..” 하고 고함을 치시며 우릴 쫒아 낼려고 했다. 우린 그래도 신기해서 들은 체 만 체 꼼짝을 안하고 다른 아저씨들한테 가서 또 물었다.“ 아저씨 !.. 이거는 머슨찬교~~?..?..” .
“이놈들아 ! 이건 차가 아니고.. 로보트 다!..저리가 위험하니까! ” 라 했다. 사진으로만 보던 중장비를 실제로 보니 얼마나 크고 굉음을 내면서 움직이는지 우리는 “ 와!.. 하면서 입을 떠억 벌리면서 쳐다보다가 누군가가 ” 야! 춥다..학교 지각이다!..빨리 가자“ 하면 그제서야 ”야 늦으면 교실 청소다..“하며 학교 까지 쉬지않고 달음박질 해서 갔었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물은 서서히 고여서 넓은 호수를 연상케 할 정도로 커져만 갔다. 몇 개월이 지나니 학교 뒤에 있던 구멍가게. 이발소. 농업 협동조합 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조그마한 읍내 거리가 물에 잠겨서 마을의 형태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갔다.
어느덧 학교 뒤 뜰 까지 물이 찰랑 찰랑 하게 차올랐다. 공놀이를 하다가도 잘못 차서 학교 옆까지 올라온 물에 풍덩 들어 가버리기라도 하면 긴 작대기로 공을 건져 올리기도 하고 너무 멀리 튕겨 들어가면 건지지도 못하고 그냥 물위에 둥둥 떠다니는 걸 볼 수밖에 없었다.
학교주위 마을은 이미 물속으로 들어 가버렸는데도 학교는 그나마 제일 높은 지대에 있었기에 신축 건물을 완공 할 때까지 최대한 버티다가 위험 수위까지 도달하면서는 서서히 이사를 하기 시작 했다.
그 당시엔 트럭이 많이 없을 때라 큰물건들만 차로 이동하고 나머지 자질구레한 비품들은 우리 학생들이 직접 손으로 들고 걸어서 날랐다. 그때 난 운동장에 심어져 있던 철봉대를 여러 명이서 들고 새로 옮길 학교로 거의 두 시간 정도 낑낑대며 힘들게 날랐던 기억이 난다.
신축학교에 들어서니 새 건물이라 으리으리 번쩍번쩍 했다. 2층 건물로 바닥은 전부 마루로 공사되었으며 모든 교실과 기자재는 거의 새것으로 교체되어 그 당시 우리들 눈에는 꿈의 학교처럼 보였다.
신설학교는 서서히 우리들의 놀이터로 바뀌기 시작했고 거의 모든 놀이를 학교 운동장 주위에서 하게 되었다.
이사한 후 바로 6학년 신학기가 시작 되었고 학교 이전으로 학교 교정과 교실은 어수선 하게 비품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며 정리 안되어 수업보다는 대청소와 환경정리 등을 분담해서 매일매일이 온통 대청소 분위기 였다. 학교 건물 안은 전체가 마루바닥으로 되어있어서 각자가 준비해온 양초와 마른 걸레를 들고 마루바닥에 초를 칠하고 마른 걸레로 열심히 문지르면 매끌매끌하게 광이 났다.
온종일 전교생들은 자기반 앞 복도에 엎드려 바닥을 팔이 빠질듯이 문질렀고 꼴통 애들은 발밑에 걸레를 넣고 스케이트를 타는 동작으로 왔다리 갔다리 하며 일부러 미끄러져 슬라이딩의 재미를 즐기다가 벽에 부딪치는 놈. 열심히 문지르고 있는 애의 엉덩이를 들이 받아서 아파 우는 놈.. 옆에 애들하고 부딪혀 코피를 흘리는 놈.. 그러면서도 깔깔대며 계속 청소 방해 하면서 장난만 치는 놈은 결국 선생님께 들켜 복도 한 쪽 옆에 나란히 두 손 들고 벌서고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들에게 마치 요술나라에라도 온 것처럼 신축건물이 좋고 신나서 재밌게 떠들고 놀았다.
하지만 내가 진짜로 좋았고 신났던 이유는 딴 데 있었다.
이사 이전에 음악수업을 하기 전엔 옆 교실에서 사용했던 풍금을 자기반 교실로 운반을 해서 갖다 놓아야 했었는데 신축 학교에서의 음악수업은 음악실로 이동을 했다.
그 음악실에는 여러 종류의 관악기. 타악기. 건반 악기들이 놓여 있고 음악에 관한 자료와 여러 교보재가 준비 되어 있었다.
드디어 첫 음악 수업이 있던 날...음악실로 이동해 들어서는데 순간... 내 눈앞에 시커멓고 커다란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는 걸 발견 했다. “ 우~와!! 저거 머~지????... ” 시커먼 덮개에 덮여져 있는 모습은 나를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고 온통 거기에 신경이 가있었다.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 자아.. 오늘 부터는 음악 수업을 여기서 할 거니까.. 당번은 음악수업 전에는 교무실에 가서 열쇠를 가져다가 문 열어놓고 수업 준비를 하도록..” 이말을 듣는 순간 “ 앞으로 당번은 내가 고정으로 해야지..” 라는 욕심이 생겼다. 왜냐면 음악실에 자주 들어와야 여러 악기를 볼 수 있기에...
선생님께서 피아노 덮개를 벗기는 순간.. 검은색 피아노는 햇볕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게 멋있었고.. 순간 모두들 “우와!!!..”하고 감탄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피아노라는 악기를 그 때 처음 보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얼마나 신기했는지 애들은 “우와!.. 저건 비싼 풍금 인갑다 그쟈?..” “아이다..저건 피아노다!.. ” “ 피아노가 먼데?..” “풍금보다 형님인거.. 그런거 있다..“ 라며 서로 아는 체를 해가며 떠들기 시작하며 웅성 웅성 대었다.
그 때 선생님은 ” 자아!.. 다들 조용..“ ” 이건 피아노 이다. 우리학교가 신설 학교라 모 기업체 회장님이 특별히 기증을 해 주신 거다..“ ”그러니 허락 없이 만져선 안 된다...알겠제이?...“ 라고 주의를 주셨다.
선생님이 앉아서 피아노를 둥~~ 하고 치시는데... 그랜드 피아노의 실제 생소리를 옆에서 듣는 느낌은 나의 심장을 둥둥 치는 것 같았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피아노의 생소리...그 때의 기분은 아직 까지 나의 머리속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그날이후 음악실 청소당번을 정할 때는 무조건 내가 우기고 자청을 했고 음악실 청소를 빨리 끝내 놓고 여러 악기를 조심스레 만져보고 조용히 소리를 내어보는 재미는 세상의 어떤 재밌는 장난감을 가져와도 아마 비교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악기를 직접 만지면서 나의 숨어있던 음악적 재능이 꿈틀 거렸고 학교 가는 재미가 새로 생겼다.
하루는 방과 후 교실 청소를 끝내고 음악실 옆을 지나가는데 문이 열려 있기에 조용히 들어가서 피아노 커버를 열고 피아노 건반뚜껑을 열어 보니...열렸다!!!!!!......이게 왠일이야.. 수업을 끝내고 나가실 때 늘 잠그시던 피아노를 잠그는 것을 깜박 잊고 나가신 것 같았다.
조심스레 피아노 건반을 눌러보다.. 그저 그 음에 빠진 것 같았다. 집에 갈 시간도..선생님께 들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잊고 아는 멜로디를 그냥 본능적으로 치면서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다.
그때 선생님께서 들어오시면서 ..” 너.. 왜 피아노 만지고 있나!..얼른 나와!..“ 라고 크게 야단 치셨다. 난 순간 놀라서 피아노 뚜껑을 닫지고 않고 밖으로 도망 나왔던 기억이 난다..
그날의 피아노 소리에 매혹 되어 틈만 나면 청소일이 아닐 때도 음악실을 기웃 거리다 혹시 문이 열려 있으면 얼른 들어가서 피아노 뚜껑을 열려고 해 보면 항상 잠겨져 있었다..
망치로 부수어서라도 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정도로 피아노를 치고 싶었다.
요즘 같으면 학원에 가면 원 없이 만질 수 있는 악기지만 그때는 피아노학원이란 것도 없었고 친척집이나 내가 아는 그 어느 곳에도 피아노는 없었다.. 아마 그때 그렇게 간절히 갖고 싶고 치길 원했었기에.. 지금까지 피아노는 나와 뗄 수 없는 인연이 되어 이렇게 피아니스트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
CBN뉴스 기자 / iyunkim@daum.net 입력 : 2013년 0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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