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 청문회, 현·전 정부 책임론 대결
안영준 기자 / ayj1400@hanmail.net 입력 : 2011년 04월 20일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로 인한 경영악화 문제를 놓고 2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청문회에서는 시작 초부터 이번 사태의 책임을 놓고 금융당국을 포함한 여야간 신경전이 벌어졌다.여당 의원들은 이번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지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책임임을 주장한 반면, 야당 의원들은 저축은행 부실을 불러온 직접적인 원인은 현 정부 및 금융당국에게 있다는 점을 주장했다.
또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가 지난 정부의 탓임을 에둘러 강조했다.
이날 정무위에서 열린 '저축은행 부실화 원인규명 및 대책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는 질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여야 간 기싸움이 이뤄졌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자료제출 및 자료내용 부실을 지적, "상호저축은행(옛 상호신용금고) 출범을 '1972년 사금융 양성화 조치 이후'로 명시하면서도 (국민의정부 시절인)'예금보장한도 상향조정' 때부터 문제가 되는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며 "2001년부터 문제가 되는 것처럼 한 것은 역사적 맥락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우제창 의원도 "김황식 국무총리가 감사원장 시절에 저축은행을 감사해 금융당국의 책임이라고 결론을 내렸다"며 "저축은행의 부실문제 중 가장 큰 이유는 대주주 경영진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라고 했는데, 금융당국 책임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빛과 그림자가 있듯이'라고 해 금융당국이 잘해온 것이라고 하는 게 전부"라고 질타했다.
반면 한나라당 이진복 의원은 "이렇게 (의사진행발언을 남발)하면 뒤죽박죽이 될 것 같은데, (금융당국의) 보고를 다 듣고 진행하는 게 어떻겠느냐"며 차단에 나섰다.
같은 당 김영선 의원도 "각자의 견해가 있을 수 있는데 침착하게 문제를 따진 후에 청문회 결과를 토대로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며 "청문회 초입부터 각자의 의견에 동의하라고 하면 결국 결론에 꿰맞추기식 청문회 밖에 안 된다"고 거들었다.
질의가 시작되면서 여야는 동시에 금융당국의 책임을 추궁하면서도 실질적인 책임에 대해서는 시각차가 뚜렸했다.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은 "계속 (부실 저축은행에 지원해) 국민 세금으로 금융권에 무한정 돈이 가는 것 아니냐"며 "국민 세금으로 은행권들이 탱탱 노는 거다. 그것이 저축은행 대책이냐"고 따졌다.
민주당 홍재형 의원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보고를 들으면 가장 큰 문제가 대주주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고 했다"며 "금감원이 그것을 적발하고 방지하지 못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금융당국의 책임을 따졌다.
◇여야, 전·현 정부의 책임 소재 놓고 공방
이어 전·현 정부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민주당 측 간사인 우제창 의원은 "저축은행 명칭변경(2002년)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이건 사실 국회의원들이 한 것이다. 국회의원 의결사항이었다. 한나라당이 다수당일 때였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당시 금융감독 수장이 2006년에 한 '88클럽' 우대조치가 (부실의) 결정적인 시발이 됐다"면서 "이어 현 정부에 들어와 건설경기를 부양하면서 철퇴를 맞은 것"이라고 말해, 부실의 원인이 현 정부에 있음을 주장했다.
같은 당 박병석 의원도 "정부는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위기를 탈출했다고 주장해왔는데, 위기를 가장 먼저 탈출한 정부가 왜 과감한 조정은 못하느냐"며 "이번에 발표한 특별계정 등의 조치는 최소한 1년 전에는 나타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위기 관리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았을 때도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되면, 수정·보완을 해야 한다"며 "심각한 문제점을 수정·보완할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 감독의 부실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현 정부의 과실에 무게를 뒀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 측 간사인 이성헌 의원은 "부실화 원인을 규명하면서 적반하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상호신용금고와 같은 경우 당초 2000만원 까지 한도를 보장했다가 5000만원으로 늘었다. 김대중정부 시절이다. 저축은행 명칭변경은 어느 시절이냐"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이어 "저축은행이 프로젝트 파이낸싱 쪽으로 가게 한 것이 2004∼2006년때다. 대통령이 누구였나. 노무현 대통령 때"라며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노 대통령 때 금융감독위원장을 하면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고승덕 의원도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금융정책이 어떻게 다른지 아느냐"며 "서민금융이 어려워졌을 때 이명박 정부는 햇살론, 미소금융을 통해 서민대출을 늘렸는데, 참여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만들어 집값을 떨어지게 만들었다"고 전 정권을 겨냥했다.
같은 당 정옥임 의원은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일 때 저축은행 명칭변경을 했고 진념 전 장관 때 예금보장한도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한다고 밝혔다"며 "2005년 8·31 대책을 발표할 때도 위례, 송파 등 신도시 계획이 구체화되는 시점이었다는 점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사과말씀이 좀 미흡한 것 같다. 위원장의 진솔한 사과의 말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민주당 박병석 의원의 말에 "저축은행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 이르게 된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죄송하다"고 말해, 직접적인 책임은 회피하는 듯한 자세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17일 저축은행이 지금과 같은 상황 이르게 된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그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걱정과 불편을 끼쳐드리고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게 된 데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당국으로서 감독에 미흡했던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말씀"이라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또 보고를 통해서는 저축은행 부실의 정책적인 이유로 ▲예금자 보호한도 상향 조정(2000만원→5000만원) ▲소액신용대출 활성화 ▲명칭 변경(금고→저축은행) ▲우량저축은행 여신한도 완화(80억원→자기자본의 20%) ▲저축은행 인수·합병(M&A) 활성화 등을 들었다.
◇증인 '지각출석' 논란…"모양새 갖춰져야"
이날 회의에서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헌재·진념 전 재정경제부 장관 등 핵심 증인들이 줄줄이 지각사태를 연출했다.
윤 장관은 같은 시간에 열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참석을 이유로 오후 4시30분께 참석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해왔지만, 나머지 증인들은 불출석 사유를 전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전 장관이 고의적으로 출석을 기피한 것"이라고 질책했다.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정무위에서 이 전 장관에게 증인출석을 요구했을 때, 증인은 문을 걸어 잠그고 나가서 경비실에 '일주일 뒤에 돌아오겠다'고 해놓은 상황이었다"며 "고의적으로 출석을 하지 않기 위해 출석요구서 수령을 거부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이 전 장관을 비판했다.
같은 당 김영선 의원도 "윤 장관이 출석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 전 장관도 나타나지 않고 회의 운영이 원만치 않았던 점은 국민들이 보기에 부끄러운 면"이라며 "이 전 장관의 출석시간이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 정무위의 순조로운 회의진행보다 우선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또 "현직 기재부 장관이 오지 않으면 자신도 나올 수 없다니, 굉장히 특별한 증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이 전 장관은 "민주당 간사인 우제창 의원으로부터 출석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왔을 뿐"이라며 "오는 과정에 교통사정으로 시간이 조금 지체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오고 말고를 떠나, 전·현직 금융경제의 책임자들을 불러 증언을 들을 때는 그에 걸맞은 모습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나는 기왕이면 참석할 수 있는 모양새를 갖춰달라는 요구를 한 것"이라고 맞섰다.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윤 장관이 오후 4시30분에야 출석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고 전직 장관도 모양새를 갖춰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증인들로부터 미리 어떤 이해나 생각을 구한 것이 아니라 여야 간사간 정리해서 의결한 뒤 통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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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준 기자 / ayj1400@hanmail.net  입력 : 2011년 0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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