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CBN 뉴스 | 따스한 봄날입니다.
따스한 봄볕마저 어린 소녀와 놀다 지쳤는지 소녀의 발밑에서 졸고 있습니다. 하늘하늘 노랑나비 한 마리가 심심한 소녀 곁에서 팔랑팔랑 맴돌다 초록빛 풀밭 위로 날아가 버리네요.
까무잡잡하고 이마가 톡 튀어나온 여덟 살 꼬맹이는 담장을 대신하고 있는 마당 가에 심어진 아까시나무 그늘에 앉았습니다. 막대기 하나를 집어 듭니다. 막대기로 마당 위에 자기 이름을 몇 번이나 썼다가 지우고, 또 썼다가는 지워버립니다. 속상해 발로 확확 지워버립니다.
‘아잇! 심심해, 옆집 성희는 자기 이름도 쓸 줄 모르고, 키도 나보다 작은데도 학교에 가는데 난 이게 뭐야! 엄마는 왜 나보고 내년에 학교에 보내준다고 하는 걸까?’ 꼬맹이는 화가 잔뜩 들어있는 뺨을 더욱 힘주어 부풀리며 안방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동생에게로 시선이 머뭅니다.
‘이건 동생 때문이야. 치이~’
엄마가 들로 나가시며 동생을 잘 보라고 몇 번이나 당부하고 갔지만, 동생에게만 관심을 주는 것 같아서 잠자는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어버립니다.
하늘을 쳐다봅니다. 태양이 아직도 멀리 가지 못하고 앞산을 조금 지났습니다. 늘 함께 놀아주는 윗집에 사는 3학년 언니가 신기한 학교 소식을 안고 돌아오려면 아직도 마당을 몇 바퀴 더 돌거나 이름을 수십 번을 더 써야만 합니다.
잘 데리고 놀아주던 오빠들마저도 요즘은 친구들과 노느라고 놀아주지도 않습니다. 내가 지켜봐 줘야 하는 잠꾸러기 동생이 더욱 얄밉기만 합니다.
‘아이~~심심해~~’
작은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하다말고 아까시나무 잎을 두 개 땁니다.
하나는 성희꺼, 하나는 내꺼!
왼손과 오른손을 동시에 내면서 혼자서 가위바위보를 합니다. 잎을 하나씩 떼어냅니다. 언제나 꼬맹이 것이 이기지만 그것마저도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따스한 처마 밑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졸고 있는 노란 병아리 떼가 눈에 띕니다. 쪼르르 뛰어가서 곤히 자는 녀석들을 싸리비로 내리치며 잠을 깨워버립니다. 그리고 제일 만만해 보이는 병아리 녀석을 뒤따라 다니며 심심함을 달래봅니다.
여덟 살 꼬맹이의 봄날은 학교에 못 간 심심풀이로 한 낮을 보내느라 그렇게 또 바빴습니다. 부드러운 봄바람이 꼬맹이 곁에서 놀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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