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사고 현장(사진제공=제보자) | | ⓒ CBN뉴스 - 경주 | | 가을철 벼 수확이 한창이어야 할 경주시 현곡면의 들녘이 순간의 사고와 통곡으로 물들었다. 경주시의 몰상식한 농로 관리와 눈가림식 공사가 결국 벼를 베던 멀쩡한 농민을 콤바인 아래 깔리게 만드는 끔찍한 인재(人災)를 낳았다.
지난 7일 오후 2시쯤, 경주시 현곡면 남사1길 30-4 일원의 농로를 지나던 콤바인이 도로 붕괴와 함께 급격히 기울어지며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콤바인을 운전하던 농부 최 모 씨가 기계 밑에 갇히며 팔 부위에 치명적인 골절상을 입었다. 최 씨는 즉시 포항 세명기독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어 긴급 수술을 받았으나, 전치 수개월에 달하는 중상을 피하지 못했다. 현장을 목격한 경찰과 주민들은 “조금만 자칫했어도 생명을 잃을 뻔한 대형 참사였다”며 당시의 참혹했던 순간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번 사고는 명백한 ‘경주시와 현곡면의 행정 방치’가 부른 예견된 참사다. 사고가 난 농로는 평소에도 바로 옆 수로로 인해 도로 밑 지반이 지속적으로 침하되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던 곳이다. 게다가 경주시가 상수도관 매설을 위해 농로에 절개 공사를 실시한 후 콘크리트를 재 타설했으나, 절개 부위가 균열을 일으키며 쩍쩍 갈라져 있던 상태였다. 중장비인 콤바인의 무게를 견뎌내야 할 농로가 어처구니없는 부실시공과 지반 침하로 썩어 들어가고 있었음에도, 경주시와 현곡면은 아무런 안전 조치조차 취하지 않았다. 사실상 지뢰밭이나 다름없는 도로로 농민들을 내몰았던 셈이다.
수술을 마친 최 씨는 병상에서 “목숨을 건진 것은 다행이지만, 당장 수확을 기다리는 5만여 평의 벼 들녘을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하다”며 절망감을 토로했다.
일 년 농사의 결실을 거두어야 할 대목에 행정 당국의 무능과 소홀함 때문에 한 가정이 풍비박산 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현곡면사무소 측은 “붕괴된 농로의 통행을 제한하고 구조물을 철거하겠다”며 뒷북 수습에 나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경주시는 매년 농가 소득 증대와 농업기반시설 정비를 목청껏 외쳐왔다. 그러나 농민들이 매일 목숨을 걸고 지나다녀야 하는 농로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어찌 안전한 경주시를 논할 수 있는가. 지금 경주시가 해야 할 일은 단편적인 표지판 설치나 미봉책이 아니다. 관내 수로를 끼고 있는 모든 위험 농로에 대한 전수조사와 긴급 보수작업, 그리고 이번 부실 공사에 대한 철저한 원인 규명 및 책임자 처벌이다. 또 다른 농민이 콤바인 밑에 깔리는 비극이 되풀이되기 전에, 경주시는 이번 참사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근본적인 안전 대책을 즉각 마련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