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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식 지산그룹회장] 은혜로운 마음의 갚을 수 있는 빚


CBN뉴스 기자 / iyunkim@daum.net입력 : 2026년 08월 13일
↑↑ 한주식 지산그룹 회장
ⓒ CBN뉴스 - 경주
[한주식 지산그룹회장] 빚을 진다는 말은 어감이 나쁘다. 그러나 세상에 빚 한 번 지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빚을 졌느냐가 아니라 어떤 빚을 졌느냐다. 빚에는 두 가지가 있다. 갚을 수 있는 빚과 갚을 수 없는 빚이다.

먼저 인생의 빚을 이야기하자.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본 사람은 안다. 아무나 도와주지 않는다. 도와주는 사람은 계산을 한다. 돈 계산이 아니다. 이 사람이 나중에 갚을 사람인가, 받고 그냥 사라질 사람인가를 본다. 신용이란 어려운 말이 아니다. 그 눈길 하나가 신용이다.

빚을 낼 때 나는 힘이 없다. 힘이 있으면 빚을 낼 까닭이 없다. 그러니 빚지는 순간에 갚을 능력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힘을 키워야 한다. 키워서 갚아야 한다. **빚진 사람의 의무는 갚는 것이 아니라, 갚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배움을 받았으면 갚아야 한다. 그런데 스승은 대개 먼저 가신다. 갚을 자리가 없어진다. 그러면 어찌하나. 그 자식에게 갚는다. 후배에게 갚는다. 사회에 갚는다. 받은 자리와 갚는 자리가 다를 뿐이지, 갚기는 갚아야 한다. 그래야 양심에 걸리지 않는 빚이다.

받기만 하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 본인은 갚을 처지가 못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처지를 만들지 않은 것이지, 처지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그런 사람은 불량 채무자다. 은행 빚에만 불량이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나는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때 이렇게 생각한다. 훗날 내가 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자리에 서야 한다고. 그 각오 없이 내미는 손은 손이 아니라 그릇이다.

경제의 빚도 다르지 않다.

시설을 앉히고 투자를 하기 위해 지는 빚이 있다. 이자를 물고도 자산이 늘고, 그 자산이 또 벌어들이는 빚이다. 이런 빚은 무서워할 것이 아니라 다스릴 것이다. 빚이 일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 먹고 쓰기 위해 지는 빚이 있다. 이 빚은 갚을 방법이 구조적으로 없다. 쓴 것은 사라졌고 남은 것은 이자뿐이다. 이런 빚은 굶어도 내지 말아야 한다. 굶는 것은 한 철이지만 그 빚은 평생이다.

빚의 좋고 나쁨은 금액에 있지 않다. 이자율에도 있지 않다. **그 빚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느냐 아니냐에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다.

물리에는 질량 불변의 법칙이 있다. 받은 만큼 남고, 준 만큼 준다. 그러나 빚은 그렇지 않다. 빚은 질량 불변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따라서도 안 된다.

빌린 그대로 갚으면 본전이다. 본전은 셈이지 은혜가 아니다. 빌린 것을 씨앗 삼아 불리고, 불린 것으로 갚고, 갚고도 남아 다시 누군가에게 빌려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빚이 돌고, 돌면서 세상이 커진다.

받은 것보다 크게 갚는 것. 그것이 인생의 빚이든 사업의 빚이든 유일하게 옳은 셈법이다.

갚을 수 있는 빚만 지자. 그리고 갚을 때는 받은 것보다 크게 갚자.
CBN뉴스 기자 / iyunkim@daum.net입력 : 2026년 0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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