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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식 지산그룹회장] 버스 종점을 모셔 온 사람들
CBN뉴스 기자 / iyunkim@daum.net 입력 : 2026년 08월 06일
 |  | | | ↑↑ 한주식 지산그룹회장 | | ⓒ CBN뉴스 - 경주 | [한주식 지산그룹회장] 육십 년 전 서울에는 시내버스 종점이 곳곳에 있었다. 종점은 땅을 많이 차지했다. 밤에 버스를 세워두고 정비도 하고 세차도 해야 하니 너른 자리가 필요했다. 그리고 종점에는 늘 사람이 있었다.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 막차에서 내리는 사람, 기사와 정비공들이 하루 종일 드나들었다.
그때 변두리에 황무지를 가진 지주들이 묘한 수를 냈다. 버스 회사를 찾아가 이렇게 말한 것이다. 내 땅 일부를 그냥 드릴 테니 종점을 이리로 옮기시오.
공짜로 땅을 내주는 사람이 어디 있나 싶지만 셈은 이랬다. 가진 땅의 십분의 일을 내준다. 종점이 들어온다. 사람이 모인다. 밥집이 생기고 구멍가게가 생기고 하숙집이 생긴다. 길이 포장되고 버스가 다니니 사람 살 만한 동네가 된다. 그러면 남은 십분의 구의 값이 두 배 세 배가 된다. 십을 내주고 그 몇 배를 버는 장사다.
그들은 땅값이 오르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오를 이유를 데려왔다.
이 셈법이 우리만의 것은 아니다. 맥도날드를 일으킨 사람들은 자기 회사를 햄버거 회사가 아니라 부동산 회사라고 불렀다. 본사가 좋은 자리를 잡아 가맹점에 빌려주고, 매출이 오르면 임대료가 따라 오르게 해두었다. 가맹점이 열심히 할수록 그 자리의 값이 올라갔다.
스탠퍼드는 설립자가 유언으로 땅을 팔지 못하게 묶어놓아 오랫동안 가난했다. 그러다 팔지 말라 했지 빌려주지 말라고는 안 했다는 데 착안해 학교 땅에 산업단지를 열었다. 거기 들어온 회사들이 훗날 실리콘밸리가 됐다. 학교는 지금도 그 땅을 팔지 않는다.
홍콩 지하철은 세계에서 드물게 흑자를 낸다. 요금이 비싸서가 아니다. 역이 들어설 자리의 개발권을 함께 받아, 역이 만들어낸 땅값으로 지하철을 짓기 때문이다. 이케아는 도시 안에 들어가지 않고 외곽의 싼 밭을 산다. 그리고 미트볼을 싸게 팔아 하루 종일 사람을 붙들어 둔다. 몇 해 지나면 그 밭이 상업지구가 되어 있다.
모두 같은 일을 한다. 사람을 모으는 장치를 세우고, 그 사람들이 만들어낸 땅값을 거둔다.
나도 사십 년을 그 셈으로 살았다. 남들이 꺼리는 땅부터 샀다. 송전탑이 지나가는 땅은 제값을 못 받는다. 흉하다고, 재수 없다고들 한다. 나는 그 땅을 삼분의 일 값에 샀다.
그리고 인허가를 받고 토목을 해 판판하게 만들었다. 그다음 한국전력에 전기를 신청했다. 흉물이라고 기피하던 그 송전선이 이제는 전기를 끌어오는 통로가 됐다. 지금 그 땅들은 데이터센터 부지로 팔린다. 인공지능 때문에 전기가 모자라 난리인 세상에서, 전기가 이미 들어와 있는 큰 땅은 어디서도 구할 수 없다.
버스 종점을 모셔 온 지주와 다를 것이 없다. 남들이 싫어하는 것을 곁에 두고, 그것을 값이 오르는 이유로 바꾸었을 뿐이다. 그때는 종점이었고 지금은 변전소다.
다만 오해는 없어야겠다. 이 방법이 늘 통하는 것은 아니다. 종점을 모셔 오려면 버스 회사가 옮길 마음이 있어야 하고, 전기를 끌어오려면 그 계통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값을 만들 힘이 없는 사람이 그림만 그리면, 값은 오르지 않고 이자만 나간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늪지를 구획만 그어 팔던 이들이 그랬다. 사놓고 가보니 물속이었다.
그러니 이 이야기의 요점은 싸게 사라는 것이 아니다. **값이 오를 이유를 내가 만들 수 있는 땅만 사라**는 것이다. 그 이유를 남이 만들어주기를 기다린다면 그것은 투자가 아니라 기다림이다.
육십 년 전 그 지주들은 땅의 십분의 일을 내주었다. 나는 흉물이라 불리던 것을 곁에 두었다. 값은 언제나 대가를 치른 자리에서 나온다. |
CBN뉴스 기자 / iyunkim@daum.net  입력 : 2026년 08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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