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6-08-07 오전 09:53:03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원격
뉴스 > 칼럼

[한주식 지산그룹회장] 집은 누가 갖든 집이다(총량의 법칙)


CBN뉴스 기자 / iyunkim@daum.net입력 : 2026년 08월 06일
↑↑ 한주식 지산그룹 회장
ⓒ CBN뉴스 - 경주
[한주식 지산그룹회장] 나는 경제학을 배운 사람이 아니다. 다만 사십 년을 땅 사고 집 짓는 언저리에서 밥을 먹었으니, 그동안 눈으로 본 것만 적어보려 한다.

학교 다닐 때 배운 것 중에 오래 남은 게 하나 있다. 에너지는 없어지지도 새로 생기지도 않는다는 이야기다. 모양만 바뀔 뿐 총량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집도 그렇더라.

김 씨가 갖고 있던 집을 박 씨가 사면 김 씨 집이 박 씨 집이 된다. 그뿐이다. 집이 한 채 늘어나지도, 한 채 줄어들지도 않는다. 최 씨가 두 채를 갖고 있다가 한 채를 팔아도 마찬가지다. 이 나라 안의 집은 여전히 그 숫자다.

그런데 우리 주택 정책은 오래도록 이 자리에서만 맴돌았다. 누가 갖고 있느냐를 놓고 세금을 매기고, 세금을 매기면 집값이 잡힌다고 했다. 소유자 이름표를 바꾸는 일이다. 이름표를 아무리 바꿔봐야 집은 한 채도 늘지 않는다.

값을 정하는 건 결국 두 가지다

물건 값은 예나 지금이나 두 가지가 정한다.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오르고, 물건이 많으면 내린다. 배추도 그렇고 땅도 그렇고 집도 그렇다.

그러니 집값을 내리는 방법은 둘뿐이다. 집을 늘리거나, 사려는 사람을 줄이거나.

우스갯소리로 해보자면, 사려는 사람을 줄이는 게 더 빠르긴 하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못 하게 하고 아이를 안 낳게 하면 집 살 사람이 줄어드니 값이 내려갈 것이다. 이런 소리를 하려니 웃음이 나오다 만다. 요즘 우리 형편이 정말 그리로 가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하나다. 집을 더 짓는 것이다.

땅도 있고 자재도 있는데 이상한 것은 여기서부터다.

땅은 있다. 시멘트도 철근도 창고에 쌓여 있다. 건설회사들은 일이 없어 사람을 내보내고 있다. 지을 사람도 있고 지을 재료도 있고 지을 땅도 있다.

허가만 내주면 짓는다. 주택 담보로 나가는 돈의 얼마를 짓는 쪽으로 돌리면 더 빨리 짓는다.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그걸 안 한다. 안 하고 세금 이야기만 한다.

나는 처음에 이게 몰라서 그러는 줄 알았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허가라는 것에는 도장이 필요하다. 도장에는 도장 쥔 사람이 있다. 허가가 어려울수록 그 도장의 값이 올라간다. 손쉽게 나오는 허가에는 아무도 부탁하러 오지 않는다. 규제를 풀면 누군가의 목소리가 작아지고 누군가의 지갑이 가벼워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밥줄이 규제에 얽혀 있다.

규제를 다 없애자는 말이 아니다. 오해가 있을까 봐 덧붙인다. 나는 규제를 없애자는 사람이 아니다.

싱가포르에 가보면 안다. 길에 담배꽁초 하나 버리면 벌금이 무섭다. 술 마시고 차를 몰면 인생이 끝난다. 우리보다 훨씬 규제가 세다. 그런데 집은 잘 짓는다.

지켜야 할 것은 더 세게 묶고, 살자고 하는 일은 풀어주는 것이다. 우리는 거꾸로다. 지켜야 할 것에는 무르고, 집 짓겠다는 데에는 겹겹이 막아둔다.

막으니까 사는 것이다. 막아놓으면 어떻게 되는가.

지금 안 사면 영영 못 산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무리를 해서라도 산다. 빚을 내서 산다. 그렇게 다들 달려드니 값이 또 오른다. 오르니 더 급해진다.

반대로 해보면 어떻게 될까. 여기저기서 집이 올라가고, 내년에도 후년에도 계속 올라갈 게 보이면, 사람들은 급할 이유가 없어진다. 서두르지 않으면 값은 저절로 가라앉는다. 값은 물건이 정하는 게 아니라 조급함이 정한다.

그런데 여기까지 써놓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정치하는 분들이 이걸 정말 모르는 걸까. 나 같은 사람도 아는 것을 그 똑똑한 분들이 모를 리 있겠는가.

그러면 알면서도 안 하는 걸까. 국민이 편안하면 정치인이 할 일이 줄어든다. 어려워야 목소리를 낼 자리가 생기고, 해결해 주겠다는 약속에 값이 붙는다.

나는 이 둘 중에 앞엣것이라고 믿고 싶다. 모르는 것은 배우면 되기 때문이다.
CBN뉴스 기자 / iyunkim@daum.net입력 : 2026년 08월 06일
- Copyrights ⓒCBN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칼럼 >
[한주식 지산그룹회장] 버스 종점을 모셔 온 사람들..
육십 년 전 서울에는 시내버스 종점이 곳곳에 있었다. 종점은 땅.. 
[한주식 지산그룹회장] 집은 누가 갖든 집이다(총량의 법칙)..
나는 경제학을 배운 사람이 아니다. 다만 사십 년을 땅 사고 집.. 
<유수빈 변호사 칼럼> 53-말과 차별도 아동학대다! 정서학대를 인정한 판례들..
정서학대는 눈에 보이는 상처가 없어 가장 판단이 어려운 영역입니.. 
[기고] 이동보훈복지사업(BOVIS) 19주년을 맞이하며..
국가보훈부는 2007년 8월 5일 이동보훈복지사업 정책브랜드 보.. 
<유수빈 변호사 칼럼> 52-같은 아동학대 사건이 형사재판과 가정법원으로 갈리는 이유..
“형사처벌을 받는 겁니까, 아니면 다른 절차로 가는 겁니까.” .. 
기획/특집 >
포토&동영상
기자수첩
이재영 기자
이재영 기자
이재영 기자
이재영 기자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25,736
오늘 방문자 수 : 15,288
총 방문자 수 : 92,361,161
상호: CBN뉴스 / 주소: 경주시 초당길 143번길 19 102호 / 발행인.편집인.대표: 이재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영
mail: icbnnews@daum.net / Tel: 054-852-0693 / Fax : 02-6455-4300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28 / 등록일 : 2012년 1월 20일
Copyright ⓒ CBN뉴스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