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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그룹회장 한주식] 염소 목장의 복리(複利)


CBN뉴스 기자 / iyunkim@daum.net입력 : 2026년 07월 13일
↑↑ 한주식 지산그룹 회장
ⓒ CBN뉴스 - 경주
[지산그룹 창업자, 경영학 박사 한주식] 내가 염소 목장을 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대학 수의과 입시에 떨어진 뒤에도 축산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사업을 하면서도 염소를 치기 시작했는데, 막상 해 보니 염소 목장에는 미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재미가 있었다.

염소를 처음 칠 때는 흔히 이렇게 셈한다. 어미 염소가 일 년에 두 번 새끼를 낳고 한 번에 두 마리씩 낳는다 치면, 일 년이면 어미 한 마리가 다섯 마리가 된다. 대개는 여기서 멈춰 생각한다. 그러면 이 년 뒤에는 얼추 열 마리쯤 되겠거니 한다.

그런데 실제로 목장을 해 보면 그게 아니다. 그렇게 태어난 새끼가 여섯 달만 지나면 저도 새끼를 낳기 때문이다. 어미가 새끼를 낳고, 그 새끼가 자라 또 새끼를 낳고, 그 새끼의 새끼가 다시 새끼를 낳는다. 그러니 십 년쯤 두고 보면, 처음 어미 한 마리에서 시작한 무리가 도무지 셈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불어난다. 이것이 바로 복리다. 원금이 이자를 낳고, 그 이자가 다시 이자를 낳는 구조. 염소 목장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이 바로 이 복리의 이치였다.

물론 현실은 셈처럼 곱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여섯 달 만에 낳은 두 마리 중 암컷은 하나뿐이고, 겨울이면 얼어 죽는 놈, 여물이 부족해 굶어 죽는 놈도 나온다. 그래서 당장 눈앞에서는 별로 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죽지 않고 살아남은 새끼가 또 새끼를 낳고, 그 새끼가 다시 새끼를 낳는 일을 꾸준히 이어 가면, 결국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복리의 구조가 된다. 관건은 중간에 셈을 포기하지 않고 그 순환을 계속 이어 가느냐에 있다.

나는 이 염소의 이치를 사업에도, 그리고 나라 살림에도 그대로 대입해 본다.

가령 큰 기업이 한 해 크게 이익을 냈다고 하자. 성과급으로 직원에게 나눠 주고, 주주에게 배당으로 돌려주고, 국가는 법인세로 거둬 간다. 그렇게 열매를 죄다 나눠 먹고 나면, 정작 다시 심을 씨앗은 남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단리(單利)다. 해마다 원금만큼의 이자만 받고, 그 이자가 다시 새끼를 치지는 못하는 구조다. 염소로 치면, 태어난 새끼를 그때그때 다 잡아먹어 버리는 셈이다. 어미 한 마리는 계속 새끼를 낳겠지만, 무리는 결코 불어나지 않는다.

반대로 열매를 함부로 나누지 않고 다시 심으면 어떻게 되는가. 성과가 나도 곳간을 헐어 나눠 쓰기보다 그 돈을 다시 사업에 투자하고, 국가는 그렇게 재투자하는 기업에 법인세를 덜어 주어 씨앗을 계속 불릴 수 있게 해 준다면, 그 나라는 몇 해 지나지 않아 세계 최고의 강국이 될 것이다. 새끼가 새끼를 낳는 복리의 힘을 나라 전체가 누리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가 걸어온 길이 바로 그러했다. 지난 이십 년 동안 나는 배당을 하지 않고 번 돈을 고스란히 다시 투자에 쏟아부었다. 그 결과 자산이 몇 배로 불었는지, 스스로도 믿기 어려울 만큼 커졌다. 불경기에는 몸을 사려 아끼고, 벌이가 좋을 때는 오히려 더 크게 투자했다. 번 것을 몽땅 다시 심다 보니, 무리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그런데 이 복리의 열매가 결국 어디로 향했는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밑천이 되었다. 돈이라는 것이, 배당으로 받아 내 손에 쥐고 쓰면 그때뿐인 재미다. 그러나 그것을 다시 심어 크게 불린 뒤 남을 위해 나누면, 제 손으로 써서 얻는 것과는 비할 수 없는, 몇 곱절의 만족이 따라온다. 씨앗을 심어 얻은 열매를 다시 나누는 기쁨이다.

그러니 국가에 바라는 것은 하나다. 잘 자라는 염소를 붙들고 자꾸 물 먹어라 풀 먹어라 간섭하지 말라는 것이다. 법으로 일정한 울타리만 반듯하게 쳐 두고, 그 테두리 안에서는 기업이 마음껏 뛰어 큰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놓아둘 일이다. 그렇게 자유로이 뛰게 해 준다면, 우리 기업은 크게 자라 마침내 세계를 호령하게 될 것이다.

염소 한 마리가 십 년 뒤 헤아릴 수 없는 무리가 되듯이, 나라의 살림도 그렇게 불어날 수 있다. 다만 그 새끼를 잡아먹지 않고 심을 줄 아는 참을성, 그것 하나만 있으면 된다.
CBN뉴스 기자 / iyunkim@daum.net입력 : 2026년 0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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