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식 지산그룹회장] 미래 산업은 공상이 아니라 실물 위에 세워진다
CBN뉴스 기자 / iyunkim@daum.net 입력 : 2026년 06월 29일
 |  | | | ↑↑ 한주식 지산그룹 회장 | | ⓒ CBN뉴스 - 경주 | [지산그룹회장, 명예 경영학 박사 한주식]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사람들은 먼저 의심한다. 기존에 하던 일이 아니면 무모하다고 하고, 남들이 아직 하지 않은 일이면 공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그 일이 현실이 되면 같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럴 줄 알았다.”
세상은 늘 결과가 나온 뒤에야 안목을 인정한다. 그러나 사업은 결과가 보일 때 시작하면 늦다. 남들이 필요성을 깨닫기 전에 먼저 보고, 남들이 움직이기 전에 먼저 준비해야 한다. 특히 산업의 흐름이 바뀌는 시기에는 더 그렇다.
많은 사람들은 미래 산업을 기술이나 자본의 문제로만 본다. 전기차,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로봇, 우주산업 같은 단어를 들으면 막연히 첨단기술을 먼저 떠올린다. 물론 기술은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미래 산업은 결국 실물 위에 세워진다. 공장이 있어야 하고, 전기가 있어야 하며, 땅이 있어야 하고, 도로와 용수와 인허가가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도 예외가 아니다. AI는 소프트웨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막대한 전력을 쓰고, 수많은 서버가 들어가는 데이터센터 위에서 움직인다. 데이터센터는 결국 땅 위에 세워지는 전력 산업이자 건설 산업이며, 동시에 국가 인프라 산업이다. AI 시대의 병목은 알고리즘만이 아니다. 전력, 부지, 냉각, 인허가, 송전망, 변전소가 함께 병목이 된다.
따라서 미래 데이터센터 사업을 단순한 IT 사업으로만 보면 본질을 놓친다. 데이터센터의 건물은 자본이 있으면 지을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위치의 대규모 부지, 충분한 전력, 계통 접속 가능성, 인허가 경로는 돈이 있다고 바로 생기지 않는다. 특히 전력은 한 지역의 변전소와 송전망 용량에 한계가 있다. 늦게 온 사람은 땅을 사도 전기를 받지 못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기존 건설업과 새로운 산업기획의 차이가 드러난다. 많은 건설업자는 남이 발주한 공사를 맡아 시공한다. 건축주가 땅을 사고, 설계를 하고, 자금을 조달하고, 건설사는 도면에 따라 건물을 짓는다. 그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미래 산업을 선점하려면 단순 시공만으로는 부족하다.
산업의 길목을 먼저 보고, 땅을 확보하고, 전력 가능성을 검토하고, 인허가를 준비하고, 필요한 자재와 공법을 설계하고, 그 위에 들어올 수요자를 연결해야 한다. 이것은 남의 일을 도급받는 방식이 아니라, 산업이 들어올 기반을 먼저 만드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이런 방식을 처음에는 낯설어한다. 기존 업종 분류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업자인지, 부동산 개발업자인지, 제조업자인지, 데이터센터 사업자인지 쉽게 구분하려 한다. 그러나 앞으로의 산업은 그렇게 단순하게 나뉘지 않는다. 미래 산업은 토지, 전력, 건설, 제조, 인공지능, 금융, 인허가가 결합된 복합 산업으로 움직인다.
미국의 일론 머스크가 하는 사업도 처음에는 공상처럼 들렸다. 전기차, 재사용 로켓, 위성 인터넷, 화성 이주 같은 구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는 기술 비전으로 자본과 인재를 모으고, 공장과 생산 시스템을 만들어 현실로 끌고 왔다.
반면 실물 기반 사업은 출발점이 다르다. 먼 미래를 상상해서 주가나 기대감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먼저 땅을 보고, 전기를 보고, 도로를 보고, 인허가를 보고, 산업 수요가 올 길목을 본다. 미래 수요가 반드시 필요로 할 물리적 기반을 선점하는 것이다.
AI 데이터센터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인공지능 산업이 커질수록 데이터센터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넓은 부지가 있어야 하고, 대규모 전력 공급이 가능해야 하며, 송전망과 변전소가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수도권과 가까우면서도 전력과 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지역은 시간이 갈수록 희소해진다.
이런 사업을 두고 단순히 “무모하다”고 말하는 것은 산업의 물리적 구조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사업에는 위험이 있다. 그러나 위험은 막연한 상상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남들이 모두 확신한 뒤에 들어가면 부지 가격은 오르고, 전력은 막히고, 인허가는 어려워진다. 그때는 돈이 있어도 기회를 잡기 어렵다.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남들이 다 아는 정보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아직 중요성을 모를 때 실물의 병목을 먼저 보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산업이 커질 것인가를 보고, 그 산업이 반드시 필요로 할 땅과 전기와 기반시설을 준비하는 것이 진짜 선점이다.
미래 산업은 하늘에 떠 있는 구상이 아니다. 땅 위에 세워지고, 전기로 움직이며, 도로와 용수와 인허가 위에서 운영된다. 그래서 실물 기반을 가진 사람은 기술기업과 다른 방식으로 미래 산업에 참여할 수 있다. 기술을 직접 만들지 않더라도, 기술이 작동할 수 있는 산업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
대한민국도 이제 이런 관점이 필요하다. AI, 반도체, 전기차, 로봇, 데이터센터는 따로 떨어진 산업이 아니다. 모두 전력과 부지와 제조 기반을 필요로 한다. 국가 산업정책도 단순히 기업 이름이나 기술 용어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산업이 실제로 어디에 서고, 얼마만큼의 전기를 쓰며, 어떤 기반시설을 요구하는지 봐야 한다.
미래를 먼저 본다는 것은 공상을 한다는 뜻이 아니다. 미래 산업이 필요로 할 실물을 먼저 준비한다는 뜻이다. 남들이 사업이 보일 때 땅을 찾는다면, 앞서가는 사람은 땅과 전기가 보일 때 미래 사업을 만든다.
결국 산업의 승부는 선언이 아니라 준비에서 갈린다. 누가 먼저 말했느냐보다 누가 먼저 실물을 확보했느냐가 중요하다. AI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와 전기차 산업은 모두 땅과 전력 위에 선다. 미래 산업은 공상이 아니라 실물 실물 위에 세워진다 |
CBN뉴스 기자 / iyunkim@daum.net  입력 : 2026년 0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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