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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식 지산그룹회장] 링 위에 올라가지 마라


CBN뉴스 기자 / iyunkim@daum.net입력 : 2026년 06월 24일
↑↑ 한주식 지산그룹 회장
ⓒ CBN뉴스 - 경주
[지산그룹회장, 명예 경영학 박사 한주식] 세상 사람들은 싸움을 잘하는 사람을 강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강자는 싸움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싸울 일이 없게 만드는 사람이다.

링 위에 올라가면 규칙이 바뀐다. 아무리 내가 힘이 세도, 아무리 내가 이길 자신이 있어도, 링 위에 올라가는 순간 한 가지는 피할 수 없다.

두 대 때리면 한 대는 맞는다.

이겼다고 해도 몸에 상처가 남는다. 상대를 눕혔다고 해도 내 얼굴도 붓는다. 관중은 박수칠지 몰라도, 싸운 사람은 밤에 혼자 아프다.

그래서 진짜 지혜는 이기는 기술이 아니다. 링 위에 올라가지 않는 기술이다. 싸움은 시작되는 순간 손해다.

사업도 그렇다. 친구 관계도 그렇다. 동업도 그렇다. 사회생활도 그렇다. 경쟁이 적당하면 서로 발전한다. 하지만 경쟁이 과해지면 어느 순간 시합이 아니라 싸움이 된다.

처음에는 “한번 겨뤄보자” 였는데, 나중에는 “누가 죽나 보자”가 된다. 그때부터는 이겨도 손해다. 지는 사람은 무너지고, 이기는 사람도 다친다. 결국 남는 것은 상처, 원망, 소문, 피로감뿐이다.

사업에서 상대를 완전히 눌렀다고 해도 그 사람의 원한이 남는다. 친구 사이에서 말싸움으로 이겼다고 해도 그 우정은 예전 같지 않다. 직원과 싸워 이겼다고 해도 그 직원의 마음은 떠난다. 거래처를 몰아붙여 이겼다고 해도 다음 기회에는 내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싸움은 시작되는 순간 이미 손해다.

힘은 쓰라고 키우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약하게 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힘을 키워야 한다. 돈의 힘, 실력의 힘, 인품의 힘, 신용의 힘, 관계의 힘, 참는 힘을 키워야 한다.

그런데 그 힘은 남을 때리려고 키우는 것이 아니다. 아무도 나를 함부로 치지 못하게 하려고 키우는 것이다. 내 힘이 작으면 사람들이 자꾸 시험한다.

“저 사람 한번 눌러볼까?” “저 회사 한번 흔들어볼까?” “저 사람은 좀 밀어붙이면 양보하겠지?”

그런데 내 힘이 충분히 커 보이면 아무도 쉽게 링 위로 부르지 못한다.

“저 사람하고 싸우면 우리도 크게 다친다.” “저 회사는 건드리면 손해가 크다.” “저 사람은 조용하지만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이렇게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진짜 힘은 주먹을 휘두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주먹을 들 생각조차 못 하게 만드는 데 있다. 양보는 약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양보하면 약한 줄 안다. 덮어주면 모르는 줄 안다. 나눠주면 겁먹은 줄 안다.

아니다.

진짜 양보는 약자의 후퇴가 아니라, 강자의 설계다. 약한 사람이 밀려서 물러나는 것은 굴복이다. 강한 사람이 미리 한 발 내어주는 것은 전략이다.

싸움이 터진 뒤에 양보하면 패배처럼 보인다. 싸움이 터지기 전에 양보하면 배려가 된다. 똑같이 하나를 내줘도 타이밍이 다르면 의미가 바뀐다.

상대가 멱살을 잡고 나서 내주면 빼앗긴 것이다. 상대가 말하기 전에 먼저 내주면 사람을 얻은 것이다.

덮을 줄 아는 사람이 오래 간다

살다 보면 다 따지고 싶을 때가 있다. “네가 잘못했잖아.” “그때 네가 그렇게 말했잖아.” “내가 증거 다 갖고 있어.” “끝까지 한번 가볼까?”

그렇게 하면 이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긴 뒤에 무엇이 남는가.

상대의 체면을 완전히 무너뜨리면 그 사람은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복수할 기회를 찾는다.

그래서 때로는 알아도 모른 척해야 한다. 이길 수 있어도 져주는 척해야 한다. 잡을 수 있어도 놓아줘야 한다.

그게 바보라서가 아니다. 판을 크게 보기 때문이다.

작은 싸움에서 이기려고 큰 관계를 잃으면 안 된다. 오늘의 말싸움에서 이기려고 내일의 길을 막으면 안 된다.

덮어주는 것은 손해 같지만, 사실은 미래의 싸움을 없애는 투자다. 나누면 적이 줄어든다. 혼자 다 먹으려고 하면 주변에 적이 생긴다. 조금 나누면 주변에 사람이 생긴다.

사업도 그렇다.
돈을 조금 나누면 협력자가 생긴다. 공을 조금 나누면 충성심이 생긴다. 기회를 조금 나누면 내 편이 생긴다.

사람은 큰 것을 받아서만 감동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생각하기 전에 먼저 챙겨주면 마음이 움직인다.

“저 사람은 나를 생각해 주는구나.” “저 회사는 우리를 무시하지 않는구나.” “저 사람과는 싸울 필요가 없겠구나.”

이런 마음이 생기면 링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업에서 제일 좋은 협상은 싸워서 이기는 협상이 아니다. 상대가 애초에 싸울 이유를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협상이다. 

링 위로 부르는 사람을 조심하라. 세상에는 꼭 링을 만들려는 사람이 있다.

“한번 붙어보자.” “누가 맞는지 따져보자.” “끝까지 가보자.” “법대로 하자.” “사람들 앞에서 결판내자.”

이런 말에 쉽게 올라가면 안 된다.

링 위에 올라가는 순간, 상대의 판에 들어가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강해도 상대가 정한 방식으로 싸우게 된다.

진짜 고수는 상대의 링에 올라가지 않는다. 상대가 만든 판에서 싸우지 않는다. 내가 만든 더 큰 판에서 조용히 이긴다.

싸움판에서는 주먹이 이기지만, 인생판에서는 구조가 이긴다.

사업가는 권투선수가 아니다. 사업가는 매일 싸우는 사람이 아니다. 사업가는 싸움을 줄이는 사람이다.

직원과 싸우지 않게 제도를 만들고, 거래처와 싸우지 않게 신뢰를 만들고, 지역 주민과 싸우지 않게 관계를 만들고, 경쟁사와 싸우지 않게 차이를 만들고, 고객과 싸우지 않게 품질을 만든다.

이것이 진짜 경영이다.

싸움이 터진 뒤에 수습하는 사람은 관리자다. 싸움이 터지기 전에 없애는 사람은 창업자다.

가장 강한 사람은 조용하다. 진짜 강한 사람은 소리치지 않는다. 자꾸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누가 시비를 걸어도 바로 반응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기 힘을 알기 때문이다. 힘이 부족한 사람은 매번 보여줘야 한다. 힘이 있는 사람은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 큰 산은 자기가 높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냥 높이 서 있을 뿐이다. 사람들이 올려다보고 알아서 느낀다.

사람도 그렇다. 회사도 그렇다. 내가 진짜 실력을 키워놓으면 남들이 먼저 조심한다.

결론 :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다

링 위에 올라가지 마라. 싸움이 벌어지는 자리로 걸어 들어가지 마라.

이길 수 있어도 싸우지 마라. 두 대 때리고 한 대 맞는 싸움은 결국 손해다.

힘은 키워라. 하지만 휘두르려고 키우지 마라. 상대가 함부로 덤비지 못하게 키워라.

양보해라. 하지만 밀려서 양보하지 마라. 싸움이 생기기 전에 먼저 양보해라.

덮어줘라. 하지만 몰라서 덮는 것이 아니라, 크게 보니까 덮어줘라.

나눠줘라. 하지만 빼앗겨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얻기 위해 나눠줘라.

사업도 인생도 마찬가지다. 링 위에서 이기는 사람보다, 링 자체를 만들지 않는 사람이 진짜 고수다.

싸우지 않는 것이 약한 것이 아니다. 싸울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힘이다.
CBN뉴스 기자 / iyunkim@daum.net입력 : 2026년 0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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