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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식 지산그룹회장] 선관위는 선거 때 제대로 작동했는가?


CBN뉴스 기자 / iyunkim@daum.net입력 : 2026년 06월 19일
↑↑ 한주식 지산그룹 회장
ⓒ CBN뉴스 - 경주
[지산그룹창업가, 명예 경영학 박사 한주식] 나는 이번 일을 두고 곧바로 부정선거라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선거 결과를 함부로 부정하는 일은 민주주의를 더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정선거라고 단정하지 않는 것과, 선거관리의 부실과 의혹을 그냥 덮고 넘어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행정 실수로 넘길 수 없다. 선거의 신뢰, 국민의 참정권, 국가기관의 책임이 걸린 중대한 문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평소에는 조용한 기관일 수 있다. 하지만 선거 때만큼은 나라에서 가장 긴장해야 할 조직이다. 군인이 평소 휴가를 갈 수는 있어도, 국가가 위태롭고 비상상황이 오면 즉시 복귀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선거관리도 마찬가지다. 선거를 관리하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라면, 선거 기간에는 모든 인력과 책임자가 현장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정작 선거 때 허술했다면 국민이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이미 과거에도 선관위는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긴 적이 있다. 코로나 시기 사전투표 과정에서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이 있었다. 투표지가 소쿠리나 비닐봉지에 담겨 옮겨졌다는 장면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선거는 형식과 절차가 생명이다. 투표지가 어떻게 관리되는지, 누가 보관하는지, 어떤 절차를 거치는지가 분명해야 국민이 결과를 승복한다. 그때도 선관위는 사과했다. 그렇다면 이후에는 뼈를 깎는 개혁이 있었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투표용지 부족 문제가 발생했다. 투표용지가 부족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투표용지는 선거의 가장 기본적인 준비물이다. 예산을 아끼기 위해 적게 찍었다는 설명이 나온다면 그것은 더더욱 납득할 수 없다. 투표용지는 남으면 폐기하면 된다. 음식도 남기고 버리는 세상에, 국민 주권을 행사하는 투표용지를 부족하게 준비했다는 것은 절약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잘못 잡은 것이다. 투표용지가 남는 것은 행정 비용이지만, 투표용지가 모자라는 것은 민주주의 비용이다.

더구나 전체적으로는 투표용지가 남아 있었다는 해명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인쇄량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현장 배분과 비상 대응이 실패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에 얼마나 배정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예비물량을 두었는지, 투표율 상승 가능성을 어떻게 예측했는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을 때 왜 즉시 보충하지 못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특정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문제가 생겼다면 그 이유도 설명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느 정당이 유리했느냐 불리했느냐가 아니다. 선거는 이긴 쪽도 떳떳해야 하고, 진 쪽도 승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절차가 흠 없이 관리되어야 한다. 선거 절차에 의심이 생기면 결과가 아무리 법적으로 확정되어도 국민 마음속에는 불신이 남는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실제 부정보다도 국민이 “이 선거를 믿을 수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선관위는 독립기관이다. 그러나 독립성은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이지, 국민의 감시와 책임으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다.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내부 운영이 불투명하고, 책임 소재가 흐려지고, 반복된 실수가 사과 몇 마디로 끝난다면 그것은 독립이 아니라 특권이다. 선관위가 국민의 참정권을 관리하는 기관이라면 국민 앞에 가장 엄격하게 설명해야 한다.

이제는 몇 사람의 사퇴나 문책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중앙선관위부터 시도선관위, 구시군선관위까지 지휘체계와 현장 대응 체계를 전면 점검해야 한다. 투표용지 인쇄 기준, 배분 기준, 예비물량 확보 기준, 긴급 보충 매뉴얼을 공개해야 한다. 선거 기간 책임자의 근무체계도 분명히 해야 한다. 선거 때 책임자가 자리를 비우거나 현장 상황을 제대로 지휘하지 못했다면, 그 자체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선관위는 해체 수준의 개혁을 해야 한다. 이름만 유지하고 사람과 시스템, 운영방식은 완전히 새로 짜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선거 때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면 그 조직은 존재 이유를 잃은 것이다.

나는 부정선거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정선거가 아니라는 것을 국민이 믿을 수 있도록 선관위가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첫걸음이다.
CBN뉴스 기자 / iyunkim@daum.net입력 : 2026년 06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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