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식 지산그룹회장] 흔한 4층 건물을 피해야 하는 이유
CBN뉴스 기자 / iyunkim@daum.net 입력 : 2026년 06월 08일
 |  | | | ↑↑ 한주식 지산그룹 회장 | | ⓒ CBN뉴스 - 경주 | [반도체 명예 경영학 박사 한주식] 건물을 지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몇 층을 지을 것인가”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주변에 없는 건물을 지을 것인가, 주변에 널린 건물을 지을 것인가이다.
도시계획지역 밖이나 일정한 용도지역에서는 건축물 높이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4층 규모의 건물이 많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지방이나 외곽 개발지에 가보면 비슷비슷한 4층 건물이 줄지어 서 있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4층 건물은 너무 흔하다. 희소성이 없다. 건물의 개성이 약하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특별한 매력이 없다.
더구나 4층 건물은 애매하다. 엘리베이터를 넣자니 비용 부담이 있고, 안 넣자니 이용자가 불편하다. 1층은 좋지만 3층, 4층으로 갈수록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고층 건물처럼 전망이나 상징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4층 건물은 비용은 들어가는데, 특별한 경쟁력은 약한 구조가 되기 쉽다.
그래서 나는 4층 건물을 피해야 한다고 본다.
지을 거라면 아예 낮게 가야 한다. 단층이나 2층처럼 낮고 넓게 가서 접근성과 편의성을 살려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아예 높게 가야 한다. 고층으로 가서 엘리베이터 효율, 상징성, 공간 활용성,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어중간한 3층, 4층, 5층은 주변에 흔한 4층 건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멀리서 보면 다 비슷하다. 그런 건물은 시장에서 눈에 띄기 어렵다.
사업에서 무서운 것은 못 짓는 것이 아니다. 남들과 똑같이 짓는 것이다.
남들과 똑같이 지으면 임대료도 비슷하고, 가치도 비슷하고, 경쟁도 비슷해진다. 그러면 결국 가격 경쟁으로 간다. 건물을 지어놓고도 특별히 선택받을 이유가 없어진다.
단층이 오히려 귀할 수 있다
사람들은 건물을 높게 지어야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땅을 싸게 넓게 확보한 경우에는 오히려 단층 건물이 더 강할 수 있다.
단층은 접근성이 좋다. 주차장에서 바로 들어갈 수 있다. 물류 흐름이 편하다. 장비 이동이 쉽다. 사용자 동선이 단순하다. 엘리베이터가 필요 없다. 관리비도 줄어든다.
특히 창고, 공장, 전시장, 대형 판매시설, 데이터센터 일부 지원시설, 물류시설 같은 경우에는 층수가 높은 것보다 수평 동선이 중요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대부분의 개발자는 땅이 아깝다고 4층을 올리려고 한다. 그 결과 비슷비슷한 4층 건물이 많아진다. 반대로 넓은 부지에 잘 설계된 단층 건물은 오히려 귀해진다.
넓은 마당, 편한 주차, 좋은 조경, 쉬운 진입 동선을 가진 단층 건물은 사용자에게 강한 인상을 준다. 건물은 낮지만 품격은 높아질 수 있다.
높게 지을 거면 확실히 높게 지어야 한다
반대로 고층으로 갈 수 있다면 확실히 고층으로 가야 한다.
고층 건물은 엘리베이터의 효율이 살아난다. 층수가 충분해야 엘리베이터 설치비와 관리비가 의미를 가진다. 전망, 상징성, 집적도, 임대 구성에서도 장점이 생긴다.
하지만 고층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용도지역, 높이 제한, 기반시설, 도로, 주차, 소방, 교통, 경관, 환경 조건이 맞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구단위계획이 필요하고, 특별한 용도 변경이나 도시계획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쉽지 않다. 시간도 걸리고, 허가도 어렵다. 그러나 바로 그 어려움 때문에 성공하면 희소성이 생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4층 건물은 흔하다. 어렵게 풀어낸 고층 건물은 귀하다.
사업에서 귀한 것은 쉽게 허가나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못 하는 것을 해냈을 때 가치가 생긴다.
3만 제곱미터 부지의 함정
부지도 마찬가지다. 규모가 애매하면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3만 제곱미터 규모의 땅이 있다고 하자. 건폐율 40%를 적용하면 바닥면적은 약 1만2천 제곱미터다. 1만2천 제곱미터짜리 창고나 건물은 시장에 꽤 있다. 아주 작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압도적으로 크지도 않다.
이런 규모는 애매하다. 남들과 차별화되기 어렵다. 큰 기업이 찾는 대규모 부지로는 부족할 수 있고, 작은 업체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3만 제곱미터보다 더 큰 단위가 필요하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하려면 부지가 충분히 커야 한다. 그래야 지구단위계획을 하든, 복합 개발을 하든, 대형 물류·산업·데이터센터·지원시설을 구성하든 제대로 된 그림이 나온다.
큰 땅은 단순히 면적이 큰 것이 아니다. 선택지가 많다는 뜻이다. 배치의 자유가 생기고, 도로를 넣을 수 있고, 조경을 넣을 수 있고, 주차와 동선을 분리할 수 있고, 여러 동의 건물을 단계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작은 땅은 건물을 땅에 맞춰야 한다. 큰 땅은 사업을 설계할 수 있다. 이 차이가 크다.
개발의 핵심은 ‘희소성’이다
나는 건물을 지을 때 항상 희소성을 본다.
주변에 4층 건물이 많으면 4층을 피한다. 다들 중간 높이로 갈 때 나는 단층이나 고층을 본다. 다들 비슷한 창고를 지을 때 나는 더 큰 단위, 더 넓은 부지, 더 편한 동선, 더 좋은 조경을 본다.
건물은 지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선택받아야 한다. 사용자가 와서 “여기는 다르다”고 느껴야 한다.
그 차이는 겉모양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층수, 부지 규모, 진입 동선, 주차 방식, 조경, 엘리베이터 효율, 건축 기간, 유지관리비, 향후 확장성까지 모두 합쳐져서 나온다.
남들이 다 하는 4층 건물은 안전해 보이지만, 사실은 경쟁이 심한 길이다. 허가가 쉽고, 설계가 쉽고,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단층이나 고층은 더 깊은 판단이 필요하다. 단층은 넓은 땅을 싸게 확보해야 가능하고, 고층은 도시계획과 용도지역을 풀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어렵다. 그러나 어렵기 때문에 경쟁자가 적고, 경쟁자가 적기 때문에 가치가 생긴다.
내가 4층 건물을 피하는 이유
내가 4층 건물을 피하는 이유는 단순히 층수가 싫어서가 아니다.
4층은 흔하기 때문이다. 애매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효율이 약하기 때문이다. 주변 건물과 차별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용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땅이 넓고 싸다면 단층이나 2층으로 가서 지상 공간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낫다. 반대로 용도와 허가를 풀 수 있다면 확실히 높게 지어 상징성과 효율을 만드는 것이 낫다.
중간은 편해 보이지만, 사업에서는 중간이 가장 위험할 때가 있다. 남들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개발은 평균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차이를 만드는 일이다.
정리하면
토지개발과 건축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짓느냐”가 아니다. 어떤 조건의 땅에 어떤 건물을 지어야 가장 경쟁력이 생기느냐다.
비싼 땅, 좁은 땅에서는 지하를 파고 높이 올리는 방식이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싸고 넓게 확보한 땅에서는 단층이나 저층으로 넓게 쓰는 것이 더 좋은 답일 수 있다. 또 특별한 용도와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높게 갈 수 있다면, 확실히 고층으로 가는 것이 희소성을 만든다.
결국 피해야 할 것은 4층이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다. 남들이 다 하는 애매한 건물이다.
나는 건물을 지을 때 남들이 쉽게 짓는 건물을 피한다. 흔한 건물을 지으면 흔한 가치밖에 나오지 않는다. 희소한 건물을 지어야 희소한 가치가 생긴다.
그래서 내 개발 원칙은 분명하다.
넓은 땅이면 낮고 크게 간다. 풀 수 있는 땅이면 높고 특별하게 간다. 그러나 남들이 다 짓는 흔한 4층 건물은 피한다.
이것이 토지기획형 개발에서 건물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
CBN뉴스 기자 / iyunkim@daum.net  입력 : 2026년 06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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