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유수빈 변호사 | | ⓒ CBN뉴스 - 경주 | | [유수빈 변호사] “때린 것도 아닌데 학대라니요.” 상담실에서 자주 듣는 항변입니다. 손찌검하지 않았으니 학대일 리 없다고 믿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 법은 신체에 손을 대지 않은 행위도 오래전부터 학대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어디까지가 훈육이고 어디부터가 처벌받는 학대인지, 법령과 판례로 그 선을 그어보겠습니다.
1. 손대지 않아도 학대가 된다. 아동복지법 제17조는 누구든지 해서는 안 되는 금지 행위를 열거합니다. 그중 제3호는 신체적 학대, 제5호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입니다. 두 행위는 같은 무게로 처벌됩니다. 제71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주목할 점은 정서학대의 비중입니다. 보건복지부 통계상 2023년 아동학대 사례에서 정서학대 관련 사례가 54.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중복학대 포함 기준). 더 이상 ‘때려야 학대’라는 통념이 통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2. 2021년, 훈육의 법적 토대가 바뀌었다 과거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에게 자녀를 징계할 권리를 인정했습니다. 이 조항은 2021년 1월 26일 삭제되었습니다. ‘부모니까 가능한 훈육’이라는 항변의 근거가 사라진 것입니다.
다만 조항이 없어졌다고 모든 지도와 통제가 곧바로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여전히 정당한 훈육의 영역을 인정합니다.
3. 무엇이 둘을 가르는가 — 고의와 동기 어떤 행위가 학대인지 판단할 때 법원은 행위자와 피해아동의 관계, 행위 당시 행위자가 피해아동에게 보인 태도, 피해아동의 연령, 성별, 성향, 정신적 발달상태 및 건강상태, 행위에 대한 피해아동의 반응 및 행위를 전후로 한 피해아동의 상태 변화, 행위가 발생한 장소와 시기, 행위의 정도와 태양,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행위의 반복성이나 기간, 행위가 피해아동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에 미치는 영향 등을 모두 살핍니다(대법원 2020. 3. 12. 선고 2017도5769 판결 참조). 핵심은 그것이 교육적 동기에서 나온 행위인지, 악의적 의도에서 나온 행위인지입니다.
실제로 보육교사가 문제행동을 한 아이를 잠시 혼자 앉혀 진정시킨 이른바 ‘타임아웃’은, 통용되는 훈육 방법이고 동기가 정당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사례가 있으며, 학급 회의로 정한 규칙에 따른 ‘투명의자’ 벌칙 역시 동기와 경위가 적절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법원은 “학대의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만 정서학대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아동의 정신건강을 해칠 위험을 미필적으로 인식한 정도면 충분하다”라고 봅니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5도13488 판결). 일부러 상처 주려 한 게 아니었다는 변명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4. 신고를 받았다면 무엇부터 정리해야 하나 아동학대 신고는 곧 유죄가 아닙니다. 다툼의 핵심은 늘 ‘그 행위가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가?’입니다. 당시 아이의 행동, 시도했던 다른 지도 방법, 현장을 본 사람과 영상 자료를 시간 순으로 정리해두는 일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피해아동 측에 직접 연락해 해명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기 쉽습니다.
마무리하며 경주·포항을 비롯한 경북 지역에서도 어린이집과 학교 현장의 아동학대 신고는 매년 이어집니다. 같은 행동이라도 그것을 훈육으로 설명해내느냐, 학대로 평가받느냐는 초기 진술과 자료 정리에서 갈립니다. 조사를 받기 전, 내 행동이 법적으로 어느 위치에 있는지부터 냉정하게 진단받는 것이 먼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