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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식 지산그룹회장] 기회인가, 함정인가 - 주식시장 과열을 국가가 부추겨서는 안 된다


CBN뉴스 기자 / iyunkim@daum.net입력 : 2026년 06월 01일
↑↑ 한주식 지산그룹 회장
ⓒ CBN뉴스 - 경주
[한주식 지산그룹회장] 주가가 오르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기업이 돈을 벌고, 산업이 성장하고, 투자자가 그 성과를 나누는 것은 자본시장의 본래 기능이다. 그동안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배당 확대, 주주환원 강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의 분위기는 정상적인 자본시장 활성화를 넘어선다. 국가가 앞장서서 주가지수 목표를 말하고, 주가 상승을 정치적 성과처럼 포장하고, 국민의 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것을 마치 애국적 흐름처럼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

최근 한국 증시는 AI와 반도체 랠리 속에서 급등했다. 외신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수요를 타고 한국 증시 상승을 주도하고 있으며, 두 회사가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졌다고 평가한다. 특히 로이터 Breakingviews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시장 집중도가 높아졌고, 개인 투자자와 레버리지 상품 자금까지 몰리면서 변동성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산업이 잘되는 것은 좋다. 반도체가 잘되고, 배터리·전력·데이터센터·AI 산업이 따라붙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기회다. 그러나 산업이 잘되는 것과 주가를 계속 부추기는 것은 다르다.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공장을 짓고 사람을 고용하고 수출을 늘리는 것이 본질이지, 주가 숫자만 올리는 것이 본질은 아니다.

주식시장이 너무 뜨거워지면 돈의 흐름이 왜곡된다. 은행 예금, 공장 투자, 설비 투자, 창업, 연구개발, 지역 개발로 가야 할 돈이 단기간 수익을 노리는 증시로 빨려 들어간다. 모든 국민이 주식판만 바라보게 되면 누가 현장에서 일하고, 누가 기술을 배우고, 누가 공장을 돌리고, 누가 농사를 짓겠는가. 말 그대로 “소는 누가 키우나”라는 문제가 생긴다.

특히 청년층에게 더 위험하다. 청년들이 공부와 기술 축적, 직업 훈련, 창업 준비보다 주식 호가창에 매달리게 되면 사회 전체의 생산성이 흔들린다. 자산형성 기회를 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노동과 실력보다 단기 매매를 우선하게 만들면 안 된다. 주식으로 돈 번 사람이 성공한 사람처럼 보이고,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뒤처진 사람처럼 보이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것도 문제다. 고금리는 원래 자금 비용을 높이고, 무리한 투자와 부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정책과 분위기가 주식시장 상승만 강조하면 사람들은 빚을 내서라도 주식에 들어가려 한다. 로이터는 한국 증시 랠리 속에서 신용거래 잔고와 레버리지 ETF 자금 유입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 단순한 투자 열기가 아니라 위험의 축적이다.

더 큰 문제는 시장 집중이다. 지금의 상승은 전 산업이 골고루 좋아져서 생긴 상승이라기보다 AI 반도체 중심의 초집중 랠리 성격이 강하다. 골드만삭스도 한국 증시의 강한 실적 전망 배경으로 AI 컴퓨팅 수요와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지목했다. 반도체가 잘되는 것은 축복이지만, 국가 경제 전체가 몇 개 종목의 주가에 심리적으로 종속되는 것은 위험하다.

정치는 여기서 한발 물러서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주가지수 목표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실제로 투자하고 고용하고 기술을 쌓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자본시장을 정상화하되, 주가 상승을 국정 성과의 간판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코스피 5,000을 목표로 했다면 그 정도에서 “시장의 정상화”를 말하면 된다. 그 이후까지 더 오르라고 분위기를 띄우고, 그것을 정치 잘한 증거처럼 포장하는 것은 국가의 역할을 벗어난다.

국가는 돈이 한쪽으로만 쏠리지 않게 해야 한다. 반도체도 중요하고, 배터리도 중요하고, 전력망도 중요하고, 데이터센터도 중요하다. 동시에 농업, 제조업, 중소기업, 지방 산업, 청년 일자리, 교육, 주거도 중요하다. 주식시장만 뜨겁고 현장은 차갑다면 그것은 건강한 성장이라고 할 수 없다.

주가는 기업의 결과이지, 국가의 목적이 아니다.
기업이 잘되면 주가는 따라오면 된다.
그러나 주가를 먼저 띄우고 그 뒤에 실물경제가 따라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지금의 AI 산업은 분명 기회다. 하지만 모든 기회는 과열되면 함정이 된다. 반도체와 AI가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인 것은 맞지만, 그 미래를 주식시장 흥분으로 소비해버리면 안 된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국민을 주식판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돈과 사람이 산업 현장으로, 기술로, 생산으로, 지역으로 흐르게 만드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오르는 나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나라다.
주가지수가 높은 나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산업의 뿌리가 튼튼한 나라다.
국가는 주가를 올리는 데 안달할 것이 아니라, 주식 열풍 뒤에 가려진 사회 균형을 먼저 봐야 한다.

주식은 필요하다. 그러나 주식이 나라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업이 잘되면 주가는 오르면 된다.
하지만 국가가 주가를 정치의 성적표로 삼는 순간, 기회는 함정이 된다.
CBN뉴스 기자 / iyunkim@daum.net입력 : 2026년 06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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