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한주식 지산그룹 회장 | ⓒ CBN뉴스 - 경주 | [지산그룹 창업자 한주식] 나이가 들면 왜 고집이 세질까. 세월이 사람을 너그럽게 만들 줄 알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다르게 느껴졌다.
고집이란 게 꼭 성격 탓만은 아니었다. 살아오며 쌓인 경험과 확신이 ‘나는 틀리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굳어지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많이 살아봤다는 자부심이, 타인의 의견을 가로막는 벽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그 고집이 꼭 필요한 순간보다 쓸데없는 부분에 더 자주 발휘된다는 점이다.
요즘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면 느낀다. 열 명 중 아홉은 같은 정치 성향이다. 그건 우연이라기보다 오랫동안 보고 들은 것, 같은 식탁에서 나눈 대화, 익숙한 언론 매체가 만든 무의식의 동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정치색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 내가 먼저 어느 편인지 묻는 사람에겐 “나는 그때그때 옳다고 믿는 편”이라고 대답한다.
나는 자유롭고 싶다. 내 생각을 누구에게 맡기고 싶지 않다. 같은 색을 강요하는 대화보다는, 다른 생각을 존중하는 침묵이 낫다.
나는 내 생각과 닮은 사람을 좋아한다. 정치가 같아서가 아니라, 말이 통하고, 사리에 맞고, 때론 다를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 그게 편하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과거의 나에게 충실해진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미래의 나에게 열려 있고 싶다.
나는 고집보다는 호기심이 남는 사람이고 싶다. 때로는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할 줄 아는, 상황에 따라 유연해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남들이 나를 “일관성 없다”고 말해도 좋다. 그보다 더 무서운 건 스스로를 갇힌 채 살아가는 것이다.
나이 들수록 나는 더 자유롭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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