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전명환 교수 | ⓒ CBN뉴스 - 경주 |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전명환] 우리 속담에 “쌀독에서 인심 난다.”라는 말이 있다. 먹을 것이 넉넉해야 남을 도울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 속담의 중심에는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 한 우리의 주식인 “쌀”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쌀독이 점점 비어가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24년 55.8kg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1964년(120.2kg)보다는 절반 이상, 30년 전인 1994년(108.3kg) 보다도 절반가량이 줄어들었다. 또한 통계청 농업면적 조사결과 쌀 소비량 감소와 농촌 고령화로 인해 논 면적이 20년 연속 줄어들고 있으며, 쌀 중심의 경지 비율도 2024년 기준 논과 밭의 비율이 각각 50.6%, 49.4%로 반반이 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쌀독이 비어가는 사이 우리 농촌도 비어가고 있는 것이다.
쌀 소비가 감소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중에서 1인 가구의 증가와 빵, 파스타 등 식생활의 서구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즉석식품과 밀키트 선호, 인구 감소에 따른 청년층 인구의 비중이 감소하는 것도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쌀은 단순한 식량자원이 아니다. 쌀농사는 우리나라 농업의 근간이자 식량 안보를 책임지고 있다. 논은 단순히 쌀을 재배하는 공간이 아니라 홍수 조절, 수질정화, 생물다양성 제공, 토양보전, 전통 공동체 문화 보전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기능들을 수행한다.
그러나 쌀 소비가 줄어들면서 논 재배 면적이 줄고, 위와 같은 논의 기능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쌀을 외면하는 사이, 논이 사라지고 있고, 농촌의 활력도 잃어가고 있다.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캠페인 등 많은 노력들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쌀 소비에 대한 국민적 인식의 전환이다. 단순한 식량으로서의 쌀이 아닌 쌀이 가진 소중한 가치를 알고 지속가능한 우리 농업, 농촌 나아가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계속 알리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조사(2024.04.)결과 국제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중요성 인식에서 도시민의 80.5%가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다」라고 응답했다. 이제는 관심과 실천으로 응답할 차례이다.
쌀은 우리 민족의 삶과 문화를 함께한 소중한 존재이고 미래의 희망이다. 쌀 소비 촉진은 단순히 농민을 돕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다. 금방 지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 한 숟가락에 엄마가 찢어 올려주는 김치 한 조각 먹는 생각만으로 얼마나 행복한가. 빈 쌀독을 보고 눈물을 삼켰던 어려웠던 시절, 이제는 우리 모두 함께 빈 쌀독을 채워보자. 밥이 보약이고,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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