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융합경영학부 길종구 교수 | ⓒ CBN뉴스 - 경주 | "미루는 습관, 경제적 손실의 시작"
"편안함은 잠깐, 대가는 오래간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오늘 해야 할 일이 떠오르지만, 커피 한 잔과 스마트폰 뉴스에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누구나 겪는 이 ‘미루기(procrastination)’는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심리적 저항, 불안, 낮은 자기 통제력에서 비롯된 복합적 행동이다. 문제는 그 대가가 우리의 시간과 기회를 서서히 잠식한다는 점이다.
기업이 투자 타이밍을 놓치면 막대한 손실을 입듯, 개인도 중요한 선택을 미루면 삶의 질과 기회를 잃는다. 연금 가입, 건강검진, 대출 상환, 경력 개발 등은 당장 시급해 보이지 않지만, ‘하지 않은 것’의 비용은 결국 더 크다. 행동경제학은 이를 '즉각적 만족(delay discounting)'이라 정의한다. 인간은 미래의 이익보다 현재의 편안함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지금은 피곤하니까 내일 하자.”는 선택을 반복하게 된다.
그러나 반복된 미루기는 ‘미래의 나’에게 막대한 기회비용으로 돌아온다. 오늘의 선택은 곧 내일의 부담이며, 이처럼 미루기는 삶의 가능성을 좁히는 ‘경제적 손실’로 연결된다. 따라서 미루기를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조절 가능한 ‘행동 패턴’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미루는 습관을 줄일 수 있을까? 우선, 큰 목표는 작게 나눠 실현 가능한 단위로 실행한다. ‘오늘 10분만 걷기’, ‘이메일 한 통만 보내기’ 같은 작은 실천이 반복되면 행동의 관성이 생긴다. 또 마감일을 인위적으로 설정하거나, 친구와 계획을 공유해 외부의 시선을 동기 요인으로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5분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해 심리적 저항을 줄이는 ‘5분 법칙’, 하루 중 집중이 가장 잘 되는 시간대를 파악해 루틴으로 설정하는 것, 하기 싫은 일을 끝낸 뒤 ‘소소한 보상’을 주는 방식도 유효하다. SNS나 뉴스처럼 방해 요소를 환경에서 제거하는 것도 필요하다. 더불어, 미래의 자아를 시각화하여 오늘의 행동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는 것도 좋다.
미루기의 경제적 손실은 일상 곳곳에 나타난다. 청소년은 과제를 미뤄 학습효율이 떨어지고, 자영업자는 홍보를 미뤄 고객 유입을 놓치며, 직장인은 이직 준비를 미루다 기회를 놓친다. 노년층의 경우 건강검진이나 연금 수령을 미루다 예기치 않은 비용을 부담하기도 한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미루는 습관은 단지 성향이 아닌 ‘삶을 잠식하는 결정’이라는 점이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불안한 충동 속에 머물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일’이라는 말은 때로 가장 큰 속임수다. 변화는 오늘, 지금, 이 순간의 행동에서 시작된다.
지금 해야 할 일을 지금 시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경제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