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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고무신과 짚차


CBN뉴스 기자 / iyunkim@daum.net입력 : 2013년 02월 08일
제9화. 고무신과 짚차



ⓒ CBN 뉴스
며칠 전 어느 날 대형 마트에 쇼핑 갔다가 장난감 코너를 지나가게 되었다.

10여년 전 나의 아들과 딸을 키우던 그때도 장난감 기술의 진화에 감탄했는데

요즘의 장난감은 거의 과학 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고 리얼하게 만들어 진걸 보면서 문득 까마득한 옛날 내가 어릴 때 갖고 놀았던 장난감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내가 어릴 때는 장난감 매장은 고사하고 생활용품을 파는 작은 가게조차도 시골에서는 볼 수 없었거니와 소도시 시내에 가도 장난감을 파는 전문매장은 없었다.



지금 어린 아이들이 장난감이 없다는 것이 상상이 안되듯 우리 어릴 땐 놀 때 따로이 사용되는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해 보질 못했으니 그런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친구들과 놀이를 할 때 최고의 도구는 신고 다니던 검정 고무신 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벗어서 한 짝을 말아서 다른 한 짝에 끼우면 아주 근사한 트럭 형상이 만들어 지기에 바닥에 주저앉아 고무신 안에 흙과 물을 싣고 거대한 공사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큰 개구리집을 만들기도 했다.



그 때에는 차가 귀해서 한번 보기가 어려워서였는지 유달리 차량이 제일 인기였고 그중 최고의 인기가 GMC 라는 군용 트럭과 Jeep 이라는 군용차였다.

비록 검정 고무신으로 만든 장난감 이었지만 오른손으로 고무신 트럭을 움켜잡고 입으로는 트럭엔진 특유의 굉음으로 “부~우웅~~ 빵빵!.." 하면서 여럿이 모여 소리만 들어도 시내 한복판을 연상케 할 정도로 시끄럽게 차 소리를 내면서 놀았다. 대형 트럭 역할은 아버지 신발을 들고 와서 대형 트럭으로 대체 하기도 했다.



그런데 믿기지 않게도 꿈의 짚차가 내손에 들어오는 일이 생겼다

여름방학 어느 날.. 부산에 살고 있는 당시 고교생이었던 사촌형님이 시골 큰집에 놀러를 오게 되었다. 근데 왠일로 사촌형님이 나에게 선물을 사왔다고 엄마가 얘기를 해 주셨다.

“희야.. 부산에 사촌형이 놀러 왔다. 얼른 집에 가보거래이.. 너줄라고 장난감 짚차를 사온것같더라..?”

“뭐?.. 에이..거짓말..” “가봐라.. 진짜 사왔던데..” “그래?..”

동네에서 놀다가 얼마나 꿈만 같은지 정신없이 집으로 달려가다 고무신 안의 땀 때문에 발이 미끄러져 신발이 저만큼 벗겨져 날아가고 난 바닥에 슬라이딩을 했다. 얼마난 아픈지.. 팔꿈치에는 피부가 벗겨져서 피가 나오는데도 짚차에 정신 팔려 아픈 줄도 모르고 다시 신발을 움켜잡고 집으로 맨발로 뛰어 갔다.

“형님아~~!!!!.. ” “그래 !.. 어디 갔더노.. 놀다 왔나?~~..”

“어..형님아.. 근데 짚차 사왔다메.. 어딨노?” “ 응.. 맘에 들랑가 모르겠네~..”가방 안에서 나오는 짚차는 광채가 빛나는 빨간색 Jeep 군용차 였다.

“우와!..형님아.. 진~~짜 고맙데이~~ ..” “ 억수로 좋데이~~..”

“근데..니 팔꿈치에 피난다.. 넘어짓나?~~..”

“어...그래도 괘안타 ..”

차를 들고 동네 애들이 놀고 있는 곳으로 총알 같이 다시 뛰어 나갔다.

“야!... 나 짚차 생깃다..” “진쨔가..?” “그래 ! 봐라.. 이거 아이가..”

“우와!... 억수로 조으네..” “만지지 말고 눈으로만 봐라..“ ”우와..번쩍번쩍 하네.. 니는 좋겠다..“ ”누가 사주더노?..“ ”부산에 사촌형이 사왔다 아이가..“



그날 이후 차 놀이 할 때 난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 했는지 밤늦게 까지 흙투성이가 되도록

놀며 한손엔 늘 장난감 짚차를 껴안고 다닌 기억이 난다.



그리고 우리 마을에서 실물 짚차를 구경 할 수 있는 날도 있었다.



설날이 되면 짚차 특유의 앞모양이 멋진 각도로 카리스마를 뿜으며 마을 입구로 들어오곤 했다. 작은 설날 이 되면 그 차가 들어올 걸 대비해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온 동네 아이들은 추위에 코를 찔찔 흘리면서 마을 입구 어귀에 모여 여름 내내 모래사장에서 짚차를 우상으로 생각 하면서 차놀이를 하며 흠모하던 우리들의 최고의 영웅... 그 짚차의 실물을 볼려고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



실물 짚차의 주인은 바로 나의 삼촌 이셨다.

동네 입구에서 저 멀리 비포장 도로 위를 먼지를 날리면서 멋지게 들어서는 짚차를 발견 하면

“야야야!!!!... 저~기 보이제~ 우리 삼촌 짚차 온다 아이가~~ 저리 비켜라.. 다칠라 !..”

하면서 괜히 생색을 내면서 으스대곤 했었다.

그러면 애들은 “ 야!.. 권희야 .. 이번에 나 좀 태워 줄끼제~~..응?..”

“전번에 내가 맛있는것 줄때.. 니..약속 했잖아.. ?.. 꼭 태워 줄끼제..?”

“알았다.. 우리 삼촌 한테 물어보고 왠만하면 태워 주께..걱정마라..” 애들은 이렇게 짚차를 한번 타 볼려고 온갖 핑계를 대며 나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며 애원하기도 했다.

짚차가 가까이 오면 애들은 함성을 지른다.

“ 와~! 진쨔 짚푸다..!”

“ 햐!.. 쥑인다 그쟈 ?..”

그사이 짚차는 우리 앞에 먼지를 잔뜩 날리면서 브레이크를 끼익 잡으며 정지를 한다.

먼지가 공중으로 사라질 무렵 창문이 내려가면서 “권희!... 타라.”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와!.. 이보다 더 황홀한 목소리가 있을까...

“삼촌 오시능기요?..” “그래 얼른 타라..”

난 애들을 뒤로하고 차를 타고 마을 안으로 들어오면서 삼촌은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천천히 서행을 하고 짚차 뒤에는 마을 애들이 먼지를 다 들여 마셔 가면서 차에 바짝 붙들고 따라오고 있다.

“애들아 위험 하니 저리 떨어져라!...”고 소리쳐도 애들은 듣는척 마는척 하며 계속 따라오고 마치 개선장군 환영을 하듯 온 마을이 시끌벅적 해지기도 했다.



차는 우리 집 대문 앞에 세우고 들어가면 마을 애들은 온통 짚차 에서 딱 들러 붙어서 이것 저것을 만지며 호기심에 눈이 동그랗게 되어있다.

어떤 애들은 심통이 나서

“야!.. 이건 똥차다.. 별로 안 좋쿠마!..” “ 야!.. 너거 집엔 이런 똥차도 없잖아?..”

“그럼 니는 안태워 줄기다,, 괘안체?..“ 하면 ” “안 태워줘도 된다..“ 하면서 씰룩 거리며 집으로 가버리기도 했다.

그날은 많은 애들이 다른데도 가지 않고 종일 우리 집앞을 사수해서 놀이터로 변해 있었다.



세월이 지나... 아들을 키우며 장난감을 사주려 장난감 가게에 갔을 때... 가게 놓여있던 로봇. 총.. 등등의 장난감들 보다는 중장비 차량의 장난감과 리모콘으로 조정을 하던 승용차를 본 순간 어쩌면 아들보다 내가 더 같고 싶은 이었기에 비싼걸 아무렇지도 않게 구입한 것이 아니었을까..생각해본다.



아마 이 세상 모든 남자들의 가슴에는 짚차 스타일의 RV. SUV 차량으로 오프로드를 하는 로망이 있기에 인기를 누리는게 아닌가 싶다.




CBN뉴스 기자 / iyunkim@daum.net입력 : 2013년 02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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